top_menu
사이드메뉴
  • 2016
이은재 Eunjae Lee_instant, installation,2016
  • 物 + 像의 연금술 Material + Image on Alchemy
  • 2016. 3. 23 wed ~ 4. 22 fri
  • 이연숙 Yeon Lee, 이은재 Eunjae Lee

아트스페이스펄의 이번 전시 주제인 '물+상의 연금술'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고 사용하는 물건이 작가의 선택을 통해 물건(物)이 작품(像)으로 변주(鍊金術)되는 방식에 주목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상의 오브제를 미술품으로 변주해 가는 흥미로운 작가 중 이연숙과 이은재의 작업은 일상의 사물이 갖는 그만의 존재감을 바라보는 새로운 가치의 발견에서 출발한다.

이은재의 창작방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물의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가 물성의 변주에 주목했던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한 반복된 질문에 스스로 터득하게 된 답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의 주된 요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물성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치 화분에 물을 주며 식물의 성장을 보듯이, 종이와 휴지를 쌓아 소금물을 주고 비와 바람과 햇살 속에서 원래 가졌던 물성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그 변화의 과정에 작가는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종이와 부드러운 휴지 그리고 일상의 오브제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발견해 간다. 이 같은 그의 시도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과 시간을 주고, 보고, 기르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그만의 연금술이다.
따라서 이번 아트스페이스펄에 전시된 이은재의 작품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해가는 휴지나 종이 그리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물체에서 발견하는 '시간의 흔적'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쓰임새가 사라지거나 긴 시간 사용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체 간의 자연스러운 관계, 그 관계의 이질감 속에서 그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고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용도와 사용에 따라 또 시간과 손길의 흔적만큼 이질감 속에서 동질감을 발견하는 작가의 태도와 시선이 담겨있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그러나 그 변화의 흔적이 주는 사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작가의 손길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삶의 태도, 그만의 연금술이 작동하고 있음을 본다. 변하지만 변하지 말아야할 것을 생각해 본다.

이은재Eunjae Lee_instant 22x22x20cm mixed media 2011
이은재 Eunjae Lee_instant, exhibition view,2016
이연숙 Yeon Lee
Looing at 5steps distance-GALERIA
Kaufhof acrylic on canvas
130x97cm,2013
이연숙 Yeon Lee
Looking at 5steps distance Libro
acrylic on canvas 130x97cm,2013
이연숙 Yeon Lee
Yours, Gold leaf on the photo 2008~
Material+Image on Alchemy_Exhibition view

이연숙의 작업은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 봉다리'(농으로 가끔 '봉다리작가'라 부르면 작가는 그만의 미소로 화답한다)를 페인팅, 사진, 오브제로 가치전도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활용(Re-cycling) 비닐봉지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아 업사이클링(Up-cycling), 즉 작품으로의 재탄생을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는 일상의 흔한 물건을 재활용하는 '다시쓰기'가 아닌 '새롭게 쓰기'로 일회용 비닐봉지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의미부여가 가능했던 것은 비닐봉지가 사용되고 소비되는 방식이 에코백이나 가방이 없이도 싼 가격이거나 무료로 소비되고 있는 것에서 출발했다.

예컨대, 평면작업은 비닐봉지에 인쇄된 이미지를 페인팅으로 작업하면서 의미생산을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생산, 즉 재탄생'은 비닐에 프린터를 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겨난 부분, 겹치거나 핀이 나간 부분 등 실수나 오류에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나의 비닐봉지 페인팅은 어린 시절 포스터 칼라로 그리면서 테두리 선 밖으로 밀려나간 기억과 겹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비닐봉지에 응용한 디자인이 갖는 의미를 재생하는 방식은 언어를 제거하고 이미지만 가지고 작업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기억과 이미지의 관계를 통해 언어나 로고가 갖는 명확한 지시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후에 남아있는 이미지만을 그림으로 그린다. 이렇게 그림만을 보게 될 때, 알고 기억하던 것도 다르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서 차용한 것이다."(이연숙작가와의 인터뷰내용 중에서) 또한, 작가는 사진처럼 이미지로 상황을 기억하는 것처럼,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면 무작정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그 비닐봉지가 금으로 되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니, 가방에 넣어서 가져갈 것이라는 대답에서 물성이 가진 가치의 관계, 비닐봉지와 금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사진에 담긴 비닐봉지에 금박을 입혔다.
이렇듯, 비닐봉지의 쓰임새, 비닐봉지를 소비하는 사람과 비닐봉지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비닐봉지'를 통해 가치와 존재감의 의미생산, 즉 재탄생이 가능한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삶의 순간을 기록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보잘 것 없거나 실수조차도 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재생산할 수 있는 실천적 의미라는 가치전도의 가능성을 보게 한다. (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