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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exhibition view 2016
  • 書‧體‧造‧形 Typeface and Artistic Form
  • 2016. 9. 7 wed ~ 9. 23 fri
  • 류재학 Jaehak Ryu, 배인수 Insoo Bae
    서옥순 Oksoon Seo

아트스페이스펄의 이번 <서체조형>전은 문자와 이미지 간의 의미상의 변화 혹은 상징에 관한 작가의 조형적 해석이다. 그것은 글자(체體)를 ‘읽는다는 것’과 ‘본다는 것’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차이 혹은 동일성에 대한 작가적 시각에서 조형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시도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서체에 대한 조형적 의미가 작가의 미적 시각으로 필터링된 그만의 서체스타일 이를테면 서체추상, 서체오브제, 서체조각과 드로잉이다.

2015년 아트스페이스펄의 전시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질문을 통해 문자의 디자인과 정신적 의미를 세미나와 강연 그리고 전시로 보여주었다면, 올해는 서체의 시각적이고 정신적인 의미에 대한 표현과 상징 혹은 은유에 대한 작가적 시각을 열어 놓는 방식, 이른바 서체스타일을 조형적으로 해석하는 전시이다.

문화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글과 글꼴이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서체의 변화는 동시대문화를 담는 지적이거나 예술적인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글자의 모양은 길거나 짧은 획에 따라 다양한 서체로 불린다. 반듯한 정자체도 있지만 행서나 초서와 같이 서체를 알지 못하면 글인지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서체는 그 형태에 따라 읽을 수 있는 발음과 그에 걸 맞는 뜻을 가지고 있다

류재학Jaehak Ryu_空/心泉_calligraphy_2016
류재학Jaehak Ryu_전각 Seal engravings
배인수 Insoo Bae_True_wood and stainless_116x116cm_2016
배인수 Insoo Bae_LOVE_wood and mirror_62x122cm_2016V
서옥순 Oksoon Seo_남Men+여Woman_혼합매체_46x46x45cm(x3)_2016

또한, 문자는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래서 한 국가나 사회 내에서 사용하는 의사전달의 수단인 문자는 문화 역사적 정체성이 담긴 고유한 지적 정신적 자신이다. 이렇게 국가나 사회의 정체성이 담긴 서체가 만들어 지는 과정에는 문화적 변화도 담긴다. 그 변화의 완성은 서체에 담긴 격과 향일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서체에는 개인의 미적인 태도나 정신적인 의미가 담겨진다.

서체의 조형적 변용은 예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상형문자에서 발달한 문자 언어는 동서를 막론하고 고대부터 분화되어 왔다. 현대는 각종 갤리그래피(calligraphy)형태의 서체가 생겨나서 글이 아니고 글꼴에서 회화나 디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미적인 변화는 언어적 형태의 문자인 서체가 회화나 디자인으로 조형적인 변용을 통해 언어적인 의미를 벗고 비언어적 그림 혹은 추상이 되어 언어 너머의 세계를 열어 놓는 서체조형이 된다. 이러한 서체조형은 동일한 언어나 의미를 가 문자의 꼴에 개인의 감성이 투영된 시각언어로 새롭게 태어난다. 글자의 형에 부여하는 조형적 의미는 단어의 의미가 아닌, 조형미의 대상으로 서체를 재해석하는 서체추상 혹은 서체조형이 된다.

이렇듯 ‘서체’는 같지만 쓰는 사람의 취향이나 태도에 따라 모양이나 양식이 다르다. 그래서 서체는 누가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향기도 달라진다. 서체는 그림만큼이나 글을 쓰는 사람의 취향이 잘 나타나는 것도 드물다. 그것은 필치에 따라 기운이 다르고 운치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체에는 쓰는 이에 따른 격과 향이 있게 마련이다. [서체조형]에도 작가의 시각에 따른 격과 향이 있다. 그 향은 색과 형 그리고 질감을 조율하는 작가의 정신이 깃든 솜씨일 것이다. 솜씨에는 마음씨가 깃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서체와 이미지 간의 관계 속에서 오랜 시간 작업 활동을 해 온 류재학의 새기고 쓰는 서체와 서체 드로잉[心泉], [空], [氣山心海], 회화와 목조각을 전공한 배인수는 합판을 잘라 만든 입체적 문자조형[TRUE], [JUSTICE], [LIFE], 서옥순은 다양한 질감의 천을 활용해 바느질을 하면서 실이 지나간 자리에 남긴 문자가 이미지와 결합하는 [L.O.V.E -1], [L.O.V.E -2], [L.O.V.E -3], [L.O.V.E -4] 등의 연작으로 전시를 한다.

이번 아트스페이스펄의 ‘서체조형(Typeface and artistic form)’전은 문자를 어떤 방식으로 쓰는가에 대한 다양한 글쓰기처럼, 다양한 재료에 그만의 품성을 담아 이미지로 추상하는 것이다. 예컨대 컬러풀한 천의 조각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연결해 조형적인 언어가 단어의 의미와 결합하는 시도(서옥순) 혹은 드로잉이나 조각적 언어로 한자(漢字)의 서체에 이미지와 결합하는 문자드로잉(류재학) 그리고 합판과 유리 혹은 스테인레스 미러를 연결해 서로 다른 재료의 틈을 예리하게 갈라놓고 영어의 알파벳을 추상(배인수)하는 방식이 전시되어 있다.

아트스페이스펄은 7년동안 성당동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장르간의 융합을 통한 토론을 시도해 왔다. [서체조형]전을 끝으로 아트스페이스펄의 성당동시대는 막을 내리고, 10월부터는 명덕네거리 근교에서 아트스페이스펄의 명덕로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 아트스페이스펄은 동시대적 창작의 의미를 생산하는 쪽과 그것을 소비하고 감상하는 쪽의 거리를 좁혀 서로가 무엇을 어떻게 담고 또 드러내는지 그 경계에서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시간의 창이 되고자 한다. (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펄 대표 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