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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고려명 Yeomyoung Koh, Exhibitions view, 2017
  • Chochungdo
  • 2017. 7. 5 wed ~ 7. 30 fri
    artist talk_2017. 7. 8 wed, 2pm
  • 고려명 Koh Yeo Myoung

아트스페이스펄의 이번 전시는 ‘초・충・도’라는 주제로 120호 캔버스 사이즈 두 점과 100호사이즈 4점 그리고 20~50호의 3점이 전시된다. 초 충 도는 사진작가인 고려명의 작품으로 정물과 곤충을 촬영한 흑백사진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형카메라로 촬영한 피사체의 존재감이다. 장식이나 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오직 피사체의 물질적인 본질을 포착하고자 한 작가의 시선이 이번 전시를 보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초(草)는 야채나 과일, 그중에서 피망, 브로콜리, 아보카도, 포도 등을 대형카메라로 촬영해 확대해 놓은 이미지이다. 그것은 배경도 없이 피사체의 덩어리 감, 가장 기본적인 형태만을 포착한다. 작가는 렌즈 너머에 있는 피사체,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흑백의 톤으로 배경도 없이 촬영했다고 한다. 이점은 하나의 피망, 브로콜리, 아보카도 그리고 한 송이의 포도가 어디에 놓여있던지 생기는 배경이나 테이블 등 그 어떤 장소적 힌트도 없다. 다만 어떤 목적이나 장소를 전제한 것이 아닌, 바로 그것의 존재 그 자체에 주목하는 시선으로 그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정물 하나가 가진 존재감, 하나의 정물이 가진 그 모습 그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작가는 가장 기본적인 형상을 본다. 그것은 실존적으로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는 것 그래서 우연적 포착에 가까운 기계적인 재생인 사진을 통해 부동의 대상물을 그만의 존재감으로 포착한다.
또한 고려명은 ‘초・충・도’를 통해 실재와 공(空)의 관계를 설정한다. 공은 비어있다는 의미이다. 산스크리트 원어인 순야(śūnya)도 같은 뜻이다. 이번 전시 ‘초・충・도’라는 주제가 ‘익(翼-날개), 허(虛-비다), 궁(宮-집)’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익은 날개를 뜻하는데, 작가는 익의 의미를 잠자리의 날개로, 허는 허물을 벗은 곤충으로, 궁은 태아를 형상화한 곡옥 모양을 애벌레를 통해 보여준다. 이번 아트스페이스펄의 ‘초・충・도’는 ‘익・허・궁’과 한 쌍을 이루는 자연과 생명의 관계를 사유하는 대상물이다.

고려명 Yeomyoung Koh
익, photography
100x200cm,2016
고려명 Yeomyoung Koh
포도, photography
110x160cm,2017
고려명 Yeomyoung Koh
blue, photography
50×70cm,2017
고려명 Yeomyoung Koh_Exhibition view
고려명 Yeomyoung Koh_익, 100x200cm, 2017
고려명 Yeomyoung Koh, 궁, photography, 80x80cm, 2017

"곤충이 사는 곳에는 식물로 둘러싸여있다. 그 관계는 자연 속에서 서로 상생하는 생명의 호흡 같은 것이다. ‘초・충・도’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다. 익이 날개인데 그것은 미래라는 시간을 담기 위한 것이다. 허는 새로운 삶을 위해 허물을 벗는 것이다. 곤충의 허물을 통해 그 속에 있던 어떤 실체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 설정한 것이다. 궁은 생명을 상징한다. 자궁 속의 태아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고 생명이 자라는 집이다. 나의 이번 작업은 배경도 없고 색도 배제한 상태에서 사물 자체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작가의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고려명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사진의 효과보다 피사체의 본질적인 형상에 주목하고 있다. 렌즈너머 피사체를 바라보는 이 젊은 작가의 시선은 어쩌면 무심(無心)에 가까운, 외적 요소나 감각적 대상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정상태, 감각적 대상에 집착하기 보다는 실체가 갖는 대상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다.

렌즈를 통해 굴절된 욕망을 투사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포착하고자 한 고려명의 ‘초・충・도’는 생명의 실체를 하나의 피망, 브로콜리, 아보카도 그리고 포도에 투영하는 그만의 존재감이 빛난다. 그것은 ‘익・허・궁’을 통해 허물을 벗고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상호관계성이 담긴 작가적 시선이다. 이번 전시 ‘초・충・도’는 사물을 보고 느끼고 감각하는 작가적 시선 속에서 발견하는 존재감이 사진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깊고 진지하게 다가온다. 이 전시를 통해 사진의 무게감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