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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Untitled_Mixed media_75x50x10cm_2017
  • No Real, No Like
  • 2017. 9. 13 wed ~ 9. 29 fri
  • 김기수 Kisoo Kim

김기수의 'MOON' ; NO REAL, NO LIKE

 

스테인레스 스틸을 이용하여 작업하는 김기수 작가는 재료가 갖는 물성에 조형성과 회화적인 시각을 부여한다. 이번 아트스페이스펄 전시를 위해 시도한 신작에서는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일렁이는 물에 비친 달’에서 느낀 향수와 그리움을 새롭게 조형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비전을 재구성했다. 그것은 일상과 비일상 사이를 자르고 연결하는 횡적이고 종적인 공간속에 빠져 들게 하는 경계, 그 사이의 크고 작은 면과 형이 분리되고 합쳐지는 조각의 면을 통해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에서 실재와 이미지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의 컨셉인 "No Real, No Like"는 견고한 스틸을 잘라 파편화된 형태를 재조합하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를테면 삼각형의 정교한 조각들을 통해 거울 이미지에 대한 착시, 대상을 투영하는 재료적 효과를 다각화 한다. 2017년의'MOON'연작의 새로움은 바로 착시를 벗기는 경계의 지점에 있다. 그것은 작가의 시선이 반사된 이미지와 실재와의 관계에 대한 거리두기 혹은 그간에 추구한 반사체가 가진 재료의 투명성에 대한 시각적 다변화, 다시점의 입방체를 정교한 삼각형으로 조합하고 있는 부분이다. 실재가 없으면 닮는 것도 없는 것처럼, 실재와 비실재, 고정성과 유동성 사이, 공간의 변주를 시각화하는 방법적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No Real, No Like"는 고요한 수면에 생긴 파장의 자연스러운 일렁임을 레이저로 잘라 붙여 정교한 삼각의 면들의 조합에 투영된 실재에 대한 전제, 실재와 환영사이 혹은 그 경계의 지점을 설정하기 위한 개념이다. 정교한 조각들에 비친 실재는 착시를 쪼개고 변형해 놓은 움직이는 면들의 집합, 예리하게 각진 면들로 펼쳐진, 그 사이는 시공간을 잘라내는 이쪽과 저쪽 실재와 이미지가 갖는 거리,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장소가 된다.

또한 공간과 돌의 무게로 인해 깨어진 유리처럼 자르고 다시 붙이며 이미지를 조형하는 방식에선 인위적인 형태와 자연적인 힘이 발하는 조형성이 교차하고 있다. 실재와 이미지,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울림의 변주가 선입견을 벗기고 다시 입히는 경계에 있다. 이 과정에서 정중동의 울림이 실재와 이미지의 관계를 재정립 혹은 재생산하고 있음을 본다. 김기수의 이번‘No Real No Like’가 가진 착시의 재정립은 착시를 벗기는 동시에 새롭게 포개고 미끄러지는 변화 속에서 착시를 파편화한다.

Exhibition view_2017
Sun_Mixed media_83x83cm_2016
Exhibition view
Cube_Mixed media_74x74cm_2017
Exhibition view
Moon_Mixed media_Installation view_2017
Moon_Mixed media_94X97cm_2017

이전 작업의 연속성 속에서 작은 변화가 주는 힘은 여전히 달에 대한 기억, 군 생활을 하면서 바라보던 달에 대한 기억으로 되돌린다. 김기수 작가의 주된 재료인 스테인레스 스틸은 실재를 거울처럼 반사하는 재료에 달이 수면에 비치듯 작품이 놓인 곳과 그것을 보는 시선이 만나는 장소, 달 밝은 밤에 호수에 비친 달이거나 흐르는 강물에 비친 달을 떠 올린다. 이렇듯 밝은 보름달을 고요한 호수가 품 듯 김기수의'MOON'연작은 작품 앞에 선 시선을 품는다.

김기수의'MOON'과 마주하는 순간 투영된 이미지, 투명하게 드러나는 모습 그 사이 부식된 철과 예리하게 갈라진 선, 면으로 쪼개지는 형태의 변형, 멈추지 않으면 변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환영처럼 나타났다 다시 사라진다.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 향수나 그리움처럼 하나 혹은 여럿인 잔상이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기억의 잔상들이 만든 김기수의'MOON'은 이번 전시에서 보다 정교하게 배열된 표면의 두 가지 방식에 주목하게 한다. 여전히 그리움을 빚어내는 호수에 비친 달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특별히 달리 보이는 것은 바람이 불어 일렁이는 호수의 표면에도 변하지 않는 착시 너머의 실재를 반영하는 작가의 미의식을 정성스런 손길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김기수의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연작은 스테인레스 스틸이라는 물성을 수면으로 해석한 지점에서 망치로 두드리거나 하얀 보자기로 싸놓는 것이었다. 이 지점은 착시의 경계에 개입하는 작가적 시각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재료 자체로 드러내는 방식과 그림으로 재현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접근한'MOON'연작은 정교한 삼각형의 조각들에 비친 이미지의 대상성을 새롭게 조형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전체(일시점)를 부분(다시점)으로 개체화하는 해체의 경계에 있다. 그것은 마치 큐비즘이 추구한 분석적인 공간과 시간의 분절로 입체적인 시공간을 추구한 것처럼,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조각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시점의 환영을 깨는 이 지점은 부분과 전체, 주관과 객관이 교차하는 하나의 새로운 장소이다. 이 장소는 현존재가 투사된 일차적 착시(재현)를 정교하게 조합된 삼각형의 면들로 분절, 시공간의 현재를 다시점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작품에 기대를 갖게 한다. 그 속에서 일렁이는 실재(현존재)는 NO REAL NO LIKE의 장소이다. 그것은 이 작가의 작업적 노정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실재를 담는 조형성에 대한 질문, 스스로 답을 찾아 가는 그만의 존재감을 실어내는 작가의 미의식이다. 작가의 정성을 담아 놓은 그곳, 제3의 장소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글 / 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