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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Head, 48x25x36dm, Mixed media, 2017
  • 유기적 조각
  • 2017. 10. 20 fri ~ 11. 12 sun
  • artist talk_2017. 10. 20fri, 6pm
  • 박형진 Hyungjin Park

촉각적 ‘간섭’

박형진은 인식의 고정성을 벗고자 한다. 인식의 고정성이란, 조각이 가진 재료적인 요소인 동시에 그 재료에 투영된 의미에 관한 것이다. 재료와 그 재료에 투영된 의미가 가진 고정성 혹은 고착화되기 쉬운 경계,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를 고착화된 이미지에 유연한 재료를 결합시킨다. 아는 것과 만져지는 것 사이를 작가는 유기적인 조각으로 촉각적 ‘간섭’의 지점을 설정한다. 이 지점, 재료와 재료에 투영된 의미간의 ‘간섭’은 재료를 다루는 작가의 손맛이 주는 촉각적 끌림과 낯선 거리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재료와 형상을 물(物)과 감(感)의 중첩을 통해 고착화된 감각의 틀을 유연하게 요리한다.

그가 감각의 틀을 유연하게 하기위한 재료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도 그렇지만, 그간에 보여주었던 일련의 작업에서도 공업용 구리스, 마가린, 기름덩어리, 파라핀 그리고 알루미늄 호일이나 반짝이는 장식용 스팽글 등을 사용한다. 작가의 이전 작업이 값싼 반짝이 장식조각(스팽글)을 뿌려 놓은 듯 드러낸 얼굴인 "Queen"이나 "Noble" 시리즈 그리고 구겨진 알루미늄호일로 캐릭터를 만든 "Untitled" 시리즈는 그의 작업적 주제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그는 이런 시도에 대해 “본래의 이미지가 해체된 만화 캐릭터, 고착되지 않는 재료인 구리스로 뭉쳐진 거대한 두상처럼, 대상에 대한 규정지어진 것의 경계를 흩트리는 간섭”을 위한 시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박형진의 작품에 담긴 ‘간섭(干涉interference)’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무엇에 대한 간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유연하고 끈적이고 흐르는 듯 혹은 미끄러지고 구겨지고 빛으로 숨을 쉬듯 흡수하고 반사하는 재료를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시각적 감각과 촉각적 감각이 만나는 지점, 달리 표현하자면 신체를 보는 눈과 그것을 느끼는 촉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이중성, 반짝이거나 끈적이는 시·촉각적 이질감을 손맛으로 섞어 놓았다.

Noble, 98x78x50, Mixed media, 2017
혀의 힘, 150x198x65cm, Mixed media,2017
Untitled, 50×42cm, Mixed media,2017
Exhibition view at artspacepurl, 2017
Noble, 98x78x50, Mixed media, 2017

이렇듯 그의 작품에는 두 가지의 신체적 의미, 차이와 동일성이 갖는 거리 혹은 시·촉각적 중첩의 지점이 있다. 그것은 현란한 테크닉과 그것을 벗고 그것을 다시 입는 지점, 그 곳을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경계, 주어진 선입견을 벗기고 감각의 촉수를 건드리는 ‘간섭’의 의미가 살아난다. 그것은 재료적 변화를 통한 차이와 동일성 간에 발생하는 ‘손 맛’인 ‘몸 맛’, 몸이 느끼는 감성, 그 감성을 자극하고 나아가 찌르는 것(롤랑 바르트의 푼크툼punctum 처럼)을 본다. 박형진의 유기적 조각은 그의 작품을 이루는 작가적 태도, 재료와 재료에 투영된 의미를 관통하는 촉각적 간섭으로 요리된 시각적 울림이다.

박형진의 넘치는 손기술이 물성을 감각하는 지점은 시각적 감각의 문으로 들어가 딱딱하고 고착화된 것을 유연하고 촉각적인 것으로 감각하게 하는 것, 그의 촉각적 ‘간섭’ 이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 시지각적인 것을 시촉각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지점에서 작가적 태도와 작품이 놓인 위치를 인식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바라만 보는 시각적인 구경꾼에서 촉각적인 간섭으로 나란히 서게 한다. 벗고 입고 다시 입고 벗는 과정이라는 간섭, 그렇게 반복되는 시·촉각적 감각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의 중심에 스스로 서게 되는 지점, 그렇게 유기적 조각은 생성 변화해 간다.

이번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전시되는 작품의 특징은 ‘손으로 그리는 조각’ 혹은 ‘조각적 회화’라는 평면이면서 소조적인 작품인 얼굴시리즈와 평면(골판지)을 연결한 입체인 <혀의 힘>과 고상한 여성의 형상을 골판지로 만든 이 대표적인 작품으로 전시된다.(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