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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 다르게 생각하기
  • 2018. 9. 5 wed ~ 10. 7 sun
  • 이택근 Taekkeun Lee

'다르게 생각하기" 길들여진 시선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1. 이택근 작가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로 향했다. 2년 전, 올 여름 만큼 38~9도를 오르내리지는 않았지만, 야외전시로 몸과 마음은 더 뜨겁게 보냈던 2016년의 여름이 겹쳐진다. 그다지 적지 않은 공간도 빼곡히 자리한 작품들로 비좁았던 작업실에서 큰 바위를 만들며 글씨를 새겨 넣던 작가의 모습이 선하다. 이전작품이 차곡차곡 쌓인 곳과 지금 하는 작품들 사이 좁은 공간, 이 더위 속에서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있을지, 그곳으로 향하는 길, 발 보다 마음이 앞선다. 연일 폭염 보도로 온 나라뿐 아니라 전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가까워지는 거리만큼 걱정은 커진다.

동행한 작가와 함께 주소 따라 도착했다. 햇볕에 기다리다 다시 작업실로 향하는 듯 멀리 뒷모습을 보니 여전히 깡마른 모습이다. 얼른 차창으로 고개 내밀어 불러본다. 피부를 파고드는 햇살 피해 막 그늘로 가자 소리 듣고 뒤돌아보는 얼굴이 새카맣다. 작품에 쏟았을 땀이 얼마일지 상상이라도 해본다. 밖으로 나와 있는 작품은 없지만 입구까지 작품이 쌓여있다. 공간을 알뜰히도 정리했다. 전시할 작품들을 보기 좋게 진열하기 위해 또 얼마나 땀을 쏟았을까. 작거나 큰 작품들 구석구석 손길 따라 이열치열의 정성을 본다. 폭염도 서늘하게 느낄 만큼 뜨겁고 무거운 마음이 교차한다.

 

2. 작가의 친구가 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사를 하면서 이번 전시를 위한 준비과정과 작품을 하면서 생각했던 복잡한 심경들을 털어 놓는다. 푸짐한 안주 삼아 약주 몇 잔 들고 나니 말문을 연다. 맨 먼저 터져 나온 말이다. “작업을 하면서 ‘내가 이것을 왜하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거나 혹은 막연하지만 암묵적인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작업을 하면서 노동 속에 녹아들기도 하고 또 전시를 위한 장소와 과정에 대한 인지방식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작업을 했다. 그리고 17년 동안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주제로 꾸준히 고민하고 전시해 왔지만 매번 도망가고 싶은 심리가 여전히 작동한다.”

이택근은 불확정적인 상황에서 전시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 도망가고자 하는 곳을 열어 놓는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는 작업을 하는 방법론이나 태도가 작가의 몫이기는 하지만, 명료하지 않은 생각 속에서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작업을 완성해 가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내 작업은 개인적인 생각을 투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진짜와 가짜가 가진 경계, 그 경계 속에서 자신이 보고 느끼는 감정이라면 허구조차 진실로 착각하고 믿는 것이 편할 때, 그 믿음은 진실이 된다.” 작가는 바로 이런 이중성 혹은 허구를 진실이라고 생각하거나 주문에 걸리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경계의 지점에서 착시 혹은 허상이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런 그의 질문에는 그간에 ‘다르게 생각하기’로 허구를 위한 허구의 경계에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물성과 이미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그의 시도에는 허구를 통해 허구의 의미를 생각하는 역설적인 다름의 미학이 담겨있다.

무제_Mixed media_47x60x2.5cm_2017
무제_Mixed media_18.8x18.5x6.3cm_2007
Exhibition view 2018
무제_Mixed media_31.5x24x7cm_2018
무제_Mixed media_40x61.5x28cm_2018
Exhibition view 2018
무제_Mixed media_30X19X25cm_2004

3. 작가는 ‘다르게 생각하기’위해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것은 선입견이 가진 상투적인 태도에 상투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경계의 지점이다. 그 지점은 자세히 보면 진짜가 아니지만 선입견에 사로잡힌 시선은 진짜로 본다. 길들여진 시선에 허구를 보여주는 방식이 진짜처럼 보여야하는 이유다. 이택근의 ‘다르게 생각하기’는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감각하는 것, 유사성의 특징만으로 판단하는 길들여진 시선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같은 것이 아니라 비슷하거나 어딘가 닮아 있어 낯선 것,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에 대한 선입견을 벗기는 역설이 담겨있다. 이러한 작가의 시도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물이나 사람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해 얼마나 진실에 접근해 있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허구를 입고 다시 벗기 위해 ‘다르게 생각하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허구의 실체를 위해 허구를 만드는 작가의 태도가 빚는 작업은 둘이 아닌 하나 밖에 없는 것, 유일한 것이다. 이 작가의 유일성은 ‘나는 거짓 속에서 거짓인지 모르는 관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 ‘돌을 보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만든다.’ 이렇듯 작가는 선입견을 벗기 위한 방식으로 허구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가 던지는 질문은 돌이 아니라 돌 혹은 다른 모든 사물을 통해 선입견 속에서 생각하는, 같거나 다르고 다른 듯 같은 허구를 통해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차이를 보게 한다. 허구의 반복과 허구의 차이 속에서 ‘다르게 생각하기’는 무더운 여름 속에서 땀으로 만든 작품에 다가가는 길, 나와 다른 차이를 발견해 보는 것은 길들여진 시선을 벗어나 다름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에 있다.

글 / 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