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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서옥순 Oksoon Seo_눈물Tears, Mixed media, exhibition view, 2019
  • 우연한 만남 Coincidence
  • 2019. 8. 27 tue ~ 9. 1 sun
  • 김건이Kunee Kim, 서옥순Oksoon Seo

우연한 만남/Coincidence

 

-김건이의 입체 패턴과 업-사이클링

패션디자이너인 김건이는 옷을 디자인하면서 남는 천이나 샘플을 모아 동글하게 말아 놓으면서 촉각적인 질감뿐 아니라, 그 색과 형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윤리 의식과 미의식이 만나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은 또 다른 의미의 가치 창출이라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는 새로운 작업적 시도를 하게 했다. 이러한 시도에는 20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이 패션이라는 실용성에 디자인이라는 미적인 요소를 결합해 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패션디자이너가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몸에 맞는 옷 편안한 옷 실용성이 전제된 후에 미적 추구를 위한 다양한 방법적 연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적 연구는 입체 패턴을 통해 자신의 미의식을 강조하는 지점이다. ‘입체 패턴’은 이번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감각은 어느 순간 옷을 디자인하고 남는 부분이나 샘플 조각을 모아 한 조각 한 조각을 길게 연결해 동심원으로 말아 놓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각각의 색과 천이 가진 질감의 관계를 조율하면서 디자인 감성을 담고자 했던 것이 김건이의 ‘업-사이클링’이다.

 

-서옥순의 눈물-촉각적 회화

아티스트인 서옥순은 독일 유학 중 창작의 과정에서 여성성에 대한 자의식이 한국적 미의식과 결합되는 지점을 고민하다가 눈과 눈물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눈과 눈물(Tears)의 관계는 입과 말의 관계처럼 중요한 신체기관으로 그 상징과 의미는 매우 구체적이면서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다. 특히 시각예술에서 눈은 보고 감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상징적 신체기관이다. 그리고 눈물은 심리-생리학적인 정화작용의 상징뿐 아니라 정서적이거나 은유적인 의미와 복합적인 문화적 코드로도 작용한다. 이처럼 시·촉각적인 상징과 은유를 가진 눈과 눈물의 관계를 다양한 색과 촉각적인 천을 재료로 면이자 선이라는 관계로 동심원을 만들어 완성해 놓는다. 서옥순의 작업은 여성적 감수성을 천에 바늘과 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거나 여러 가지 색과 질감을 가진 천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선과 면의 조합, 회화적이면서 입체인 풍부한 물성을 가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형태는 눈과 눈물을 상징하는 원을 반복해서 한 겹 한 겹 붙이고 쌓아가는 작업이다. 면이 겹쳐 선으로 겹겹이 쌓인 모습은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긴 시간의 축적,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마디인 몸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촘촘한 시·공간의 단면을 시각화하고 있다.

서옥순Oksoon Seo
Tears2018-4, Mixed media, 46x31x40cm, 2018
서옥순Oksoon Seo
Tears2018-3, 방울, 실, 천, 솜, 38x13x17cm, 2019
김건이 Kunee Kim_Untitled, Exhibition view 2019
김건이 Kunee Kim
Untitled1, fabric, 40x40x2.5cm, 2014-2019
김건이 Kunee Kim, Untitled5, fabric, 35x17x3cm, 2006-2019
서옥순 Oksoon Seo,
Tears 2018-5, 21x21x6cm, Mixed media, 2018
서옥순 Oksoon Seo,
Tears 2018-1, 43x60x6cm, Mixed media, 2018
서옥순 Oksoon Seo
Tears2018-7, 28x25x10cm, Mixed media, 2018

-서옥순의 눈물과 김건이의 업-사이클링

서옥순 작가와 김건이 디자이너는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의 삶의 방식을 실천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가진 작업적 과정에서 발견하는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결과물은 매우 유사하다. 바로 이점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유사성과 차이를 보고 감각하면서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부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감상까지 확장해 유사성의 의미와 차이를 인식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서옥순의 눈물과 김건이의 업-사이클링은 일정한 면의 천을 길게 잘라 긴 면을 말고 또 말아서 선의 반복, 그 반복의 중심에서 원을 그리며 무한 증식해 갈 수 있는 형, 호수에 돌을 던져서 생기는 동심원의 파장과도 같은 형태를 만들고 있다. 촉각적 물질과 시각적 효과의 차이를 결합하는 동시에 그 의미망을 확장해 가는 시도, 바로 시각적 평면성과 촉각적 입체성이라는 새로운 회화적 의미, 면의 반복으로 촘촘한 선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물성이 가진 이중성, 촉각적 회화성과 조각적 입체성이라는 몸과 정신이 교차하는 지점, 실재와 의미망이 포개지고 결합되면서 서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완성되는 동심원을 이룬다. 동심원을 그리며 반복되는 이 원의 형은 시작은 있지만 끝도 없이 무한 반복 가능한 열린 망을 향해 있다

무한히 확장해 갈 수 있는 이 열린 망은 감각적 환상이 아니라 실체적 감각의 무한성에 있다. 이 원리를 서옥순과 김건이의 동심원에 비추어, 역설적이게도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이 우연한 만남을 촉각적 오브제의 회화적 환원이라고 할 수 있다면, 서옥순의 〈눈물〉과 김건이의 〈업-사이클링〉의 관계가 가진 유사성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교차하듯 삶과 예술의 경계 속에서 상호교환 가능한 무한히 열린 환경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우연과 필연의 결과일 것이다.

예컨대 하나의 문화권 속에서 사용하는 말은 내가 만든 언어가 아니지만 이미 만들어져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배우고 익혀 대화하고 소통한다. 같은 말을 하지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동일한 언어로 글을 쓰지만, 자기만의 글을 쓴다. 그림의 경우는 같은 사과를 보고 그리지만 그리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른 사과를 그린다. 왜 사과를 그리는가에 대한 자문은 그래서 필요하다.

 

희망, 그것은 지속가능한 문화 환경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이런 태도에서 시작된 김건이의 업-사이클링은 자신의 삶의 환경과 현대 소비문화 속에서 가져야할 ‘도덕성과 미의식’이 투영된 작업이었다.

아티스트 서옥순은 독일 유학생시절 지도교수가 던진 ‘한국인의 정체성과 너 다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 그것은 광목위에 바느질로 그리는 자화상, 그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었다. 둥근 눈동자만 확대해 놓은 듯 커다란 동심원이 된 눈과 눈물은 서옥순 작가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조형적 요소와 심리적 의미를 담고 있다.(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