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전업작가인 정태경의 자유연상 드로잉은 자신의 실제경험과 조형적 경험이 빚는 몸의 흔적과 성찰을 보여주고, 권기철의 작업은 여행자의 영혼이 만난 낯선 세계가 화려한 색과 자유로운 필치에 담겨진다.
리우의 컴퓨터 바디를 재료로 제작하는 ‘Body’시리즈는 오브제와 이미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실제와 작품 간의 경계를 조율하며 놀이와 미술이 주는 경쾌한 무게를 던진다. 손파의 이번 전시 작업은 이전의 고무 오브제에 담겼던 몸과 트라우마의 관계가 진한 화장을 하고 화려한 외출을 감행한다. 차규선은 흙과 물감을 혼합해서 캔버스 위를 칠하고 쓸고 찍고 긋는 방식으로 한국적 풍경의 회화적 발현이라는 노정에 서있다.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전업 작가인 염성순의 작업은 육체에 겹겹이 씌워진 황량한 껍질 속에서 발견한 한줄기 빛이거나 한모금의 물과도 같은 상징적 기호들이 시공간 너머의 세계를 열어놓는다. 황우철의 추상은 작가적 열정과 감성이 녹아 붓을 타고 흘러나온 조형적 운율로 섬세하면서도 강한 지휘자의 음악적 감수성과 닮아있다.
독일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던 김건예는 ‘회화적 그물망’이라는 기법적 구성으로 인간과 자연의 일부를 통해 묵묵한 시선을 던져 놓는다. 이지영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삶의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우연과 필연의 관계들을 프레임의 안과 밖을 통해 확장시켜간다.
에피소드I은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미술가들의 질퍽한 삶이 담긴 작은이야기들을 예술이라는 언어에 담아 삶의 향기와 미술의 향기를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