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7wed ~ 10.31sat
서진은 김미련 이도현 김기수
김규형 장숙경 박경아 이민경 김승현
아트스페이스펄 개관전 두 번째 이야기 아트스페이스펄은 오픈기념으로 대구와 타지역 그리고 해외에서의 학업과 작업적 성과를 통해 무한한 경쟁력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으로 오픈기념 전시를 합니다. 아트스페이스펄은 미술문화가 소통되는 현 지점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획으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가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아트스페이스펄(artspacePURL)개관기념전의 두 번째 이야기인 에피소트는 10월 7일 오픈합니다. 신진작가와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기위해 떠난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작가들과 힘겨운 시간 속에서 미술과 분투하고 있는 작가 아홉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진은의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 대구와 프랑스에서 사진을 전공한 서진은의 ‘비밀의 정원’은 시각적 권력이 생산하는 욕망의 비밀을 직시한다. 그의 표현처럼 ‘비밀의 정원’은 ‘치마 속에 감추어진 은밀하고 드라마틱한 비밀’에 관한 것으로 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훔쳐보기(Voyeurism)에 관한 것이다. 그가 들려다보는 제2의 신체인 속옷은 누군가에 의해 벗겨진 혹은 벗어 놓은 행위와 흔적의 결과물이다. 그 속옷이 주는 남겨진 신체 혹은 확장된 신체는 훔쳐보기를 통해 욕망의 심리적 상수를 발생시킨다.
김미련의 스캔되는 정물still life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돋보기를 들고 현실을 관찰하듯, 그림을 그리던 작가는 독일유학에서 배운 현대적 매체인 미디어를 통해 현실담기를 구체화 하고 있다. 그가 보는 ‘현실’은 삶의 흔적들을 통해 유추 혹은 상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관계망’에 관한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스캔되는 정물)은 ‘현실’을 담는 매우 구체적인 소산이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정물의 표정을 스캔되는 좌대 혹은 무대(감상의 자리이기도한)위에 올려놓고 한 번의 밝은 빛이 스치고 지나가면 고스란히 남긴 흔적, 그 흔적은 일상에 대한 그 자신의 오마주(hommage)일 것이다.
이도현의 일상의 경계 이도현의 작업은 공간에 대한 심리적 확장에 관한 것이다. 확장된 공간은 일상의 경계너머 상상과 조우한다. 그 상상의 출발은 ‘Room’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방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작은 방에는 하나의 문과 창이 있고 벽들로 싸여있다. 벽은 일상과 상상의 경계이기도 하다. 벽 속의 벽, 벽 너머의 세계를 펼치는 것이 작가의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출발이다. 이도현은 긴 시간 아파트의 작은 방들, 그 작업실을 벗어나 상하이 M50입주 작가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그 변화 속에서 일구어낸 일상의 경계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가 크다.
김기수의 물성과 일루전(illusion) 사이 김기수의 작업에서 실재와 환영의 연결 고리인 흰 천은 그림의 안과 밖의 경계가 되고 있다. 김기수의 작품은 확실히 그림의 안과 그림의 밖에서 만나는 ‘환영 속의 환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그림과 만나게 한다. 이번전시작에는 스테인레스 미러라는 물성이 지닌 차갑고 반사되는 요소와 녹슨 철 사이에 비치는 반사면을 조형적 구성을 통해 물성과 이미지 사이를 조절하고 있다. 이렇게 조절된 화면은 작품이 놓인 장소로 무한히 열린 반사면의 경계에서 그 자신만의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만들고 있다.
김규형의 린鱗 김규형의 사진은 물고기의 비늘처럼, 생활 속의 비늘을 묵묵한 시선으로 담아가는 것이다. 그의 묵묵한 시선에는 일상의 편린들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렌즈를 통해 사색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렌즈를 통한 사색은 일상을 감싼 얇은 막을 통해 그 깊이를 알기 어려운 존재의 무게를 보고자 하는 시선이 전제되어 있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 하는 작가적 시선의 의미는 그의 말처럼 ‘계절이 바뀌고 오랜 먼지를 뒤집어 쓴 다음에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떨어져 나온 비늘(鱗)’에 대한 발견이다. 이 비늘은 존재의 껍질이자, 본질이 담긴 표면으로 완결된 하나의 생명이고 연결고리일 것이다.
장숙경 green drawing 장숙경의 ‘그린드로잉’에는 동양적 사유가 반영되어 있다. 연못에 떠있는 작은 이파리 같아 보이는 녹색 점들은 간결한 구성 속에서 반복되는 가운데 정중동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정중동의 생명력은 동양사상과도 통한다. 그것은 변화하는 자연의 흐름과도 같은 것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그린드로잉은 그런 자연의 흐름을 점과 점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를 가르며 고요한 바람과 공기가 머물다 흐르듯 가득 찬 듯 비워진, 눈으로 부르는 생명의 노래다. 멈춘 듯 스스로 흘러가는 물처럼 점점이 빛이다.
박경아 내 안의 창 박경아의 작품 내안의 창은 무디어진 감각 속에 숨겨져 있던 아련한 감수성을 일깨운다. 그리고 무디어진 감각아래 얇게 덥힌 감성의 결을 들여다보듯 커튼 너머에는 그 어떤 애잔한 그리움이 스며있다. 이 애잔한 그리움의 통로인 ‘내안의 창’은 내가 보는 내 마음의 창이자, 창 너머에 있는 내안의 마음이다. 나를 볼 수 있는 것이 타인을 통해 가능하듯이 작가는 창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또 그렇게 난 창으로 타인, 즉 자신 밖 어딘가에 있을 자아를 만난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나 자신의 마음, 내 속으로 무한히 열린/열어 놓고 세계와 소통하고 싶은 공간, ‘내안의 창’이다.
이민경의 Shadow Room 대구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던 이민경은 미국유학에서 프린트미디어를 전공했다. 이민경의 완성된 작업은 사진이지만, 작업과정에는 현실 혹은 장소성에 대한 관계 혹은 차이가 전제되어 있다. 그 과정은 실재하는 공간을 사진으로 찍고 다시 상자를 만들어 실재를 재현하는 미니어처작업을 하고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완성하는 작업이다. 그의 Shadow Room은 바로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에 대한 실재와 가상의 관계를 미니어처에 담아 확대 재생산되는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새롭게 제시한다.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실재와 가상, 그 경계는 어떤 의미일까.
김승현의 from newsweek 우리는 매일 매일을 수많은 정보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눈과 귀에 스치는 정보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어딘가로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면서 엄청난 량과 속도를 자랑한다. 김승현의 작업은 무한정보시대에 뉴스위크지에 실렸던 익명의 ‘얼굴들’ 혹은 ‘색들’을 잘라내 일정한 틀에 담아 물음을 던진다. 그 ‘얼굴들’ 혹은 ‘색들’은 도시인의 익명성에 대한 상징이고, 그 익명의 도시인들을 향해 던지는 물음은 ‘나’와 ‘타자’ 간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함의이거나 차이에 대한 물음이다. 당신은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