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펄의 이번 전시는 ‘집과 사람’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설치전시의 특성상 작품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의 이전 작품을 이미지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전시는 작품 설치가 완성되는 시점에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다른 작가나 평론가의 견해를 듣고 난 후에 이미지를 포함한 텍스트자료를 만들게 되었다.
이번 전시 주제를 ‘집과 사람’이라고 한 것은 집과 사람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과 사람의 밀접한 연관성은 생존에서부터 출발하지만, 집과 사람의 관계는 생활문화뿐 아니라 삶의 총체성(totalität)을 이해하는 관계일 것이다. 사물들 간에 질적 관계를 설명하는 총체성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집과 사람’은 집과 집을 해석하는 작가의 시각 그리고 집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집’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임을 적시하고 있다. 이러한 ‘집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세 명의 작가는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집과 사람의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배인수는 집 자체의 건축적 의미로 집의 형태를 나무판자로 견고하게 조립하고, 창문은 유리로 설치해 집의 내부와 외부가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으며, 지붕에는 양철로 덮어 집의 형태를 갖추도록 설치했다. 그리고 배인수가 지은 집 내부의 공간을 오브제를 통해 집을 해석하는 홍순환은 과거 혹은 현재의 집의 의미를 들여다보게 하는 개념들을 몇 가지의 오브제로 설치했다. 집과 사람의 관계로 확장되는 홍순환의 오브제는 둥글고 넓은 함석을 만들어 물을 채워 그 속에 붉은 벽돌을 세우고, 와이어에 하얀 와이셔츠를 걸어두고, 바닥에는 일용할 양식으로 콘프레이크(corn flakes)를 설치했다. 그리고 분리된 전시실 공간에 설치된 ‘사람’에 대한 해석은 강민정의 ‘고백의 정원(Garden of confession)’이라는 테마로 여러 가지의 색으로 구성된 담요와 담요의 색과 어울리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어로 된 문자를 새겨 벽면에 설치하고 ‘고백의 정원’이 된 공간의 가운데는 둥근 형태의 잔디를 설치했다.
이처럼 세 명의 작가인 배인수는 나무판을 이용해 크고 견고하게 집을 만들어 전시공간에 설치하고, 또 그 집에 대한 해석으로 홍순환은 집과 사물들 간의 관계를 오브제로 설치했다. 그리고 강민정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밝은 빛 아래 잔디밭에 담요를 깔고 앉아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인간내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진지한 성찰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집은 인간의 삶과 역사를 통해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집은 건축에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자, 자연환경과 문화적 환경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주제인 ‘집과 사람’은 바로 우리나라 대도시의 일반적인 주거형태가 되고 있는 아파트문화가 가진 주거형태의 변화뿐 아니라, 그 변화로 인한 도시사람들의 정서적인 변화를 생각해 보고자 시도한 기획전이다.
집만 한 채 있어도 살 만한 시절에서 집이 투자의 대상이 되기까지 집에 대한 인식의 변화만큼이나 사람의 정서 또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그리고 대도시일 경우 아파트 중심의 주거형태가 만들어 지면서 문화적 토양을 변화시키는 것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는 도시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속화되었는데, 규격화된 건축물에 획일적인 구조를 가진 아파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집은 무엇인가? 사람이 살만한 집,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집의 의미가 무엇인가? 가족의 공간 혹은 휴식의 공간인 집의 표상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가? 에 대해 다시 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전시를 마련했다.
최근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이란 문제가 현대도시인들의 고민거리이자 언론을 통해 접하는 문제의 단어이다. ‘집 가진 가난한 사람’에 대한 표현은 집이 단지 생활에 필요한 삶의 공간이기 보다는 투자의 공간이 되면서 생겨난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아파트가 주거문화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아파트보급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나라다. 집 없는 많은 사람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기위한 아파트가 가족뿐 아니라, 이웃들과도 단절된 형태로 소통이 점점 제한되고 있다.
이번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기획한 『집과 사람』전을 통해 집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면서, 집에 대한 변화된 인식으로 삶의 질을 위해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이웃과의 커뮤니티가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가 끝날 때까지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 글 :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