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호 개인전 – 공간을 조율하는 긴장(Tension)의 미
cube_70x46 x70cm, steel 2009

고관호 개인전 – 공간을 조율하는 긴장(Tension)의 미

2011.11.18fri ~ 12.17sat
고관호

cube_70x46 x70cm, steel 2009

고관호의 공간미학 고관호의 작품은 확실히 선과 면 그리고 입체라는 유기적인 변모 속에서 공간을 조율하는 긴장의 미를 시각화 하고 있다. 이 작가의 ‘공간을 조율하는 긴장의 미’는 눈에 보이는 시각적 조형성도 강하지만, 무엇보다 물성이 강한 재료인 철에 미적 생명감을 부여하는 공감각적 의미에 관심을 갖게 한다. 공감각적 생명감이란, 철사작업에서 출발한 고관호의 (구, sphere) 연작에 대한 의미해석으로 안과 밖, 창작과 감상의 흐름이 상호작용하는 재료와 이미지 간에 발생하는 요소에 대한 언급이다. (구)는 길고 짧은 철선을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시켜 그 사이를 바람이 통하고 빛이 투과되는 형태로 구조화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변주로 공간을 조율하는 고관호의 (구)는 수많은 사각의 격자(grid)가 중첩되면서 축조된 형태로 주변의 환경과 호흡하는 고요한 정적과도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고요한 존재감은 조각이 갖는 매스(mass)를 선적인 구조로 변모시켜 공간을 사유하는 ‘긴장의 미’에 대한 시각적 관조로 나아간다. 이 긴장의 미는 공간과 공간의 경계에 서있는 조형적 울림이 되어 수직과 수평의 철선이 상호 교차하는 접점에서 확실히 어둠 속에서 잠든 알을 깨고, 밝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투명한 긴장의 미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고관호의 긴장의 미가 살아 숨 쉬는 공간미학은 투명성과 불투명에 대한 사색이 녹아든 큐브연작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입방체가 가진 점과 선 그리고 면들이 갖는 접점을 바람과 공기 그리고 빛이 통하는 공간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연결하면서 긴장의 미를 강하게 이끌어 내고 있다. 공간을 조율하는 그의 이러한 방식은 정확한 수치와 철을 다루는 솜씨가 결합되어 물성너머에 있는 정적인 생명감을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시도하는 선적인 작업은 그간에 (구)에서 볼 수 없었던 얼굴의 형상이 철선과 선 사이의 공간을 찍어 놓은 듯 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큐브)와 (구)작업이 중첩된 격자로 공간을 조율했다면, 이미지가 추가된 새로운 시도는 평면적인 요소로 환원해 가는 창작과정에서 소통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법적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도는 편평한 지지대(흰색 혹은 나무판자의 고유색)위를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수직으로 반복되는 철선 사이에 마치 점인 듯, 판과 철선 사이의 간격을 가로질러 있다. 정면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이 짧은 철선은 정면을 조금만 벗어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수직의 철선 뒤에서 지지대로 연결된 짧은 선이 적절한 간격 속에서 꽃이거나 얼굴 혹은 다소 추상적인 그 어떤 이미지가 된다.

고관호의 조형적 탐색은 재현된 형상과 착각적인 공간을 배격하고 하나로 통일된 형상을 추구하면서 격자무늬로 규칙적인 구성을 선호했던 서구의 미니멀리즘의 간결하고 엄격한 기하학적 요소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아마도 그것은 미니멀리즘이 재현된 형상이나 좌대를 배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손의 흔적조차 거부했다면, 고관호의 (구)는 공간적 깊이의 투명함 속에서 정적인 존재감(손의 흔적이 새겨진)으로 공간과 공간의 경계에서 관조적인 긴장의 미를 조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보여주는 작업에서는 지지대를 통해 조각적 범주를 벗어나 회화적 요소가 갖는 의미에서 철선 드로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전의 (큐브)에서 (구)로 그리고 선과 점을 통해 새로운 방법적 시도가 담긴 (moment)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에서 작가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요소를 발견한다. 그의 이런 창작의 변모는 정육면체로 구축된 큐브, 기하학적 면으로 구성된 평면 판 그리고 선과 점들로 연결되는 간결한 조형적 요소로 연결된다. 이 같은 입체, 면, 선, 점들로 이어진 유기적이며 간결한 조형적 요소는 공간을 조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A moment)나 (Portrait) 역시 간결한 철선과 그 사이를 잇는 점과도 같은 선들의 교차가 감상의 지점에 따른 변화를 통해 평면의 형식을 취하지만, 공간이 전제된 열린 구조 속에 이미지를 제시한다.

고관호의 신작인 (moment)는 물체가 가진 운동의 관성과 회전축에 대한 상호관계, 즉 물리적 요소와 시각적 이미지의 상호관계에서 발생하는 관성적 힘의 작용이 만들어 내는 두 가지의 의미가 조형적으로 해석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시각적 작용점과의 간격에서 발생하는 서로간의 관계가 시점의 이동을 통해 시각적 긴장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고관호의 시각적 긴장은 물성의 상호관계를 통한 공간의 확장에 있다. “나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 조형성 보다는 물성과 공간의 문제가 보다 중요한 것이다. 중력이 다르니까 주는 힘도 받아들이는 힘도 달라진다. 단순히 잘라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갖는 요소에 미학적 생명감을 어떻게 불어 넣을 것인가의 문제가 계속 공부를 하게 만든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런 그의 시도는 확실히 점, 선, 면, 입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빚어내는 공간을 관통하는 조형적 사색의 결과물일 것이다.(김옥렬 Okreal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