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민의 이전 작품은 주로 적막하고 쓸쓸한 도시의 한 부분을 회화적 언어로 시각화한다. 달성공원, 스타디움, 길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구조물 등 도시의 화려함과 상반되는 이미지들은 개인이 사회에 던지는 무언의 시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산책>에서도 도시의 이면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선이 담겨있다. 그는 도시에서 만나는 자연에서 자신의 주제인 빛을 관찰하였다. 19세기 인상주의 작가들이 어두운 화실에서 벗어나 밝은 야외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빛을 색으로 표현했던 것과 달리, 신준민은 자연에 드리워진 인공적인 빛의 상징성을 하얀빛에 담고 있다.
커다란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강하게 비추는 두 개의 조명이 있는 작품 <밤빛>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자 감시자의 눈빛처럼 강렬하다. 도시의 밤을 그린 배경과 환한 조명등의 대비는 거친 터치로 그려진 앙상한 풀을 더욱 강조한다. 신준민은 하나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걷고 또 걸으며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시각적 이미지와 그날의 느낌을 함께 채집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과 시·촉각적 감각의 회화적 표현이 관람자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
동틀 무렵 어두운 숲에서 고가도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작품 <밤빛>은 동이 트기 전 새벽안개 속 풍경이다. 공기를 가로지르는 크고 작은 붓 터치 수십 수백 번을 손과 팔과 몸으로 긋고 또 긋는 행위가 교차한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풍경, 흐릿한 교각을 배경으로 희뿌연 새벽공기를 뚫고 수풀과 나무가 선과 선이 겹치고 잎과 잎이 점점으로 새벽을 깨워 얼굴을 내민다. 신준민의 <밤빛>은 밤을 품은 새벽이 빛, 새벽안개 속 깊이 잠든 공기를 깨우는 하얀 얼굴이다. 새벽을 걷는 풍경 속 공기 따라 산책길을 통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