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숨결

아름다운 숨결

아름다운 숨결

박소현 신준민

2023. 4. 5 - 4. 14

신준민_스포트라이트_oil on canvas_45.5x53cm_2023

아트스페이스펄은 영프로(0% Young Project)를 통해 신진작가를 발굴해 왔다. 영프로젝트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신진, 청년작가들과 함께 워크숍과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이전과 이후의 작업에 대한 맥락적 관계 속에서 전시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창작의 비전을 만나고 나아가 확장된 소통의 방향을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이다. 대안공간으로써의 역할과 미술시장의 진출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위해 펄은 올해 영프로를 통해 발굴된 신준민(4기)과 박소현(6기)을 전속작가로 선정하였다. 신준민은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대구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열어가고 있으며, 박소현은 미국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시각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두 작가는 평면작업을 기반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주제, 색, 공간설치 등 실험성을 다루며 오감으로 느껴지는 빛과 바람을 회화적 기법으로 보여준다.

신준민은 일상에서 발견되는 빛의 형태를 회화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그는 최근 풍경화 작업에서 경치를 걷어내고 빛을 남겼다. 빛을 품은 풍경이자 동시에 풍경을 품은 빛 그림이다. 작가는 “빛을 품은 풍경을 찾아 나서며 다양한 빛의 형태를 관찰하였다. 자연과 인공의 빛은 직접적 혹은 간접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감각적으로 온몸에 받아들여진다.”이번에 전시된 작품 “빛꽃” 시리즈는 빛이 어떤 사물에 부딪치거나 투과되면서 마치 꽃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인상을 발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의 신작은 광선이 굴절되며 퍼지는 스펙트럼의 화려함보다 빛을 품고 스며드는 잔잔함을 표현하고 있다.

신준민_빛 꽃_oil on canvas_53x40.9cm_2023
신준민_바람나무_oil on canvas_34.8x27.3cm_2022

박소현의 초기작업은 생을 영위하기 위해 매일 먹는 음식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 흑백으로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로 글을 쓰듯 한땀 한땀 뜨개질 설치 작업을 했다. 할아버지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휘의 혼란성을 직접 짠 니트에 실로 텍스트를 수놓으며 인생의 마지막 수업과 같은 작업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벌어지는 생각의 오차, 편견들을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 작가는 “사진을 찍고 확대하면 마지막엔 이미지의 최소 단위 픽셀들로 구성되는데 이것을 관찰하며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픽셀을 붓터치로 대신하며 과슈로 겹쳐 칠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이미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버티컬 윈도우” 시리즈는 청소년시절 베트남에 살면서 보고 느낀 작은 사막 풍경이다. 즐거웠던 추억을 되새기며 일상의순간순간들이 픽셀처럼 나뉘고 모여서 풍경을 이룬다.

박소현_Vertical Windows_종이에 수채, 과슈, 100 x 20 cm와 100 x 30 cm 혼합, 2022
박소현_New Pixels_종이에 수채 과슈_50x70.5cm, 2020
박소현_New Pixels_종이에 수채 과슈_15.3x11.4cm_2020
박소현_New Pixels_종이에 수채 과슈_15.3x11.4cm_2020

현대미술연구소 김옥렬 대표는 청년작가들과 워크숍을 하면서 “작가의 작품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맥락적 호흡’이라고 한다. 저마다의 삶이 예술로 녹아들고 예술이 다시 삶으로 녹아드는 선순환 구조에서 창작이 하나씩 만들어진다. 그것이 결국 작가로서의 성장이고 또 아름다운 숨결이다. 숨결은 생명을 위한 호흡인 동시에 저마다의 삶의 결이 담겨있어 생명의 숨결은 박제된 것이 아니라 희로애락하고 성장한다는 의미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신준민과 박소현은 빛과 바람이 녹아있는 색과 이미지로 풍경을 그린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닮아있다. 아트스페이스펄의 새로운 시도도 하나의 작은 픽셀, 그 무수한 픽셀들의 숨결, 바로 아름다운 숨결이 아닐까. 전속작가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 ‘아름다운 숨결’이 작지만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