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rdinate of sense

coordinate of sense

감각의 좌표

Coordinate of Sense

변연미 YounmiByun / 홍희령 Heeryung Hong

2025. 6. 24 - 7. 13

감각의 좌표 : 좌표여행을 위한 감각코디

이번전시 주제는 ‘감각의 좌표(coordinate of sense)’다. 감각은 물리적 자극을 받았을 때 생기는 반응이고, 좌표(coordinate)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지리적인 위도와 경도로 위치에 대한 의미를 나타낸다.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보고 그 파리의 위치’를 나타내고자 만들어진 것이 데카르트 좌표계의 발명이었다. 확실하고 의심할 여지없는 진리를 찾기 위해 데카르트가 배제했던 것이 ‘감각’이었다. 그에 대한 답이 데카르트의 코키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ergo cogito, ergo sum)”였다.

이 확신할 할 수 없는 ‘감각’, 그 감각에 더해진 ‘감각의 좌표’가 이번 전시의 주제다. ‘감각(sense)’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신체의 외부나 내부의 환경 변화를 감지하여 이를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좌표’에는 평면좌표(2차원)와 공간좌표(3차원)가 있다면, ‘감각’에는 시·청각과 후·미각 그리고 촉각인 오감(five senses)이 있다. 이 오감은 환경과 대상에 따라 감각적 추론인 직관(intuition) 나아가 통찰(insight)이 작용한다.

이 작용에 대한 시·지각적 감각의 위치와 방향에 대한 전시 주제어가 이번 전시 ‘감각의 좌표’다. 무엇보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의 결과인 전시에는 독창성이 작동한다. 바로 창작과 감상이 상호작용하는 추(追)창조의 장(field)이다. 이곳은 감각교차의 시간이자 공감대 확장의 장소가 된다. 이처럼 창작활동은 보고 감각하는 경험과 시·지각을 통한 인식능력의 향상뿐 아니라 감성온도의 항상성과 역동성이 자리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은 온도와 통증 그리고 신체의 위치감각까지 다양한 감각작용으로 살아간다. 오감 외에 외부의  신호를 통해 방향을 감지하는 감각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시·지각과 숨이 차거나 목이 마른 체내감각작용을 한다.

좌표의 사전적 의미는 “평면이나 공간 안의 임의의 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나 수의 짝. 또는 사물이 처하여 있는 위치나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문학에서는 심상과도 연관 지을 수 있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번 전시 주제인 <감각의 좌표>에서는 평형감각처럼 ‘자신의 신체가 향하고 있는 지각과 분별력’이 작동하는 감각좌표다.

<감각의 좌표>는 예측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몸과 사유사이에서 작동하는 작가의 행위(신체성)와 생각(의미망)의 위치와 지향에 대한 감각의 좌표를 보고 감각하기다. 변연미의 그림과 마주하는 것은 꽃의 생명감을 표현한 작가의 ‘회화적 감각’ 그리고 홍희령의 설치는 ‘여기가 지상낙원’이라는 좌표다.

<감각의 좌표>는 ‘나는 본다. 고로 감각한다.’를 위한 주제설정이다. 전능한 악마가 인간을 속이려고 할 때 악마 역시 생각하는 자신이 필요한 것처럼, 데카르트의 철학적 성찰은 ‘생각하는 나의 존재’로 근대 철학의 문을 열었다. 그는 주체와 대상의 일치를 위해 실체를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바로 연장과 사유이다. 연장은 구체적인 부피와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실체를 말하고, 사유는 연장과 달리 부피 없는 실체를 말한다.

초고속 온라인 시대, AI가 열어갈 시대적 변화 앞에서 인간의 감각작용은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변화의 시대를 인식하는 <감각의 좌표>를 통해 창작과 감상간의 ‘정서적 지형도’를 그려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다. 먼저 변연미와 홍희령의 ‘회화적 감각’과 ‘좌표설정’을 전제한다. 창작도 감상도 삶의 현실 속에서 저마다의 시·지각적 좌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차이 속에서 발견하는 개별적 기억에 대한 ‘감각의 좌표’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글 / 김옥렬 Okreal Kim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Younmi Byun_fleurs dispersées24-03, acrylic on canvas_100x100cm, 2024
Younmi Byun_fleurs dispersées24-04, acrylic on canvas, 100x100cm_2024

작가의 몸짓과 재료의 물성으로 회화적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완성되지 않은 꽃의 형상이기도하고 숲에서 언뜻 보았던 화려한 색과, 스쳐간 바람의 형태 같기도 한 자연의 모습들이 나의 내면에 쌓여 표현 되어진 추상적 풍경이다.

새롭게 시작한 작업은 색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회화라는 전통적 행위와 도구와 재료의 한계를 좀 더 직관적이고 역동적인 몸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변연미 작가노트, 2023.

Younmi Byun_fleurs dispersées24-18, acrylic on canvas, 117x91cm, 2024
Younmi Byun_fleurs dispersée22-58, acrylic on canvas, 73x61cm, 2022
Younmi Byun_fleurs dispersées24-p53, acrylic on canvas, 41x32cm, 2024
Younmi Byun_fleurs dispersées24-p14, acrylic on canvas, 41x32cm, 2024

 

오랜시간에 걸쳐 체계를 건축하는 회화를 갈망하고 몰두해왔다.

그렇게 스스로를 구속하고 난 뒤,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붓질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인가 애써 표현하려는 강박과 욕망을 떨쳐내며,

색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낀다.

정신을 밀어 올리는 속도를 느낀다..

                 -변연미 2024

Heeryung Hong_여기가 지상낙원_가변설치, 아사 천, 자수실, 바퀴, 목재 합판, 빈백, 망원경, 거치대_2025

자의든 타의든 2020년의 세계는 집 안에 갇혀 버렸다. 감염과 전염의 공포로 인해, 이른바 파라다이스라고 불리우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인파로 붐비던 휴양지들을 대신해 오히려 좁은 집 안이 안전한 낙원이 되었다. <여기가 지상 낙원>에서는 사회적, 물리적 영역 속에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오히려 안전함을 느끼게 된 웃지 못할 현실과 한동안 혹은 오랫동안 갈 수 없을지도 모를 곳이 되어버린 세계 유수의 관광지 리스트가 겹쳐지면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SNS 상에서 수집된 인기 관광지들은 지도 좌표로 전환되어 집 안에서 즐길 거리 중의 하나인 자수를 이용해 천 위에 수 놓아진다. 관람객은 바퀴 달린 빈백(beanbag)에 편안히 앉아 부유하듯이 전시장 내를 떠돌고 벽면에 길게 늘어뜨려진 흰 천 위에 한 땀 한 땀 수 놓인 좌표를 이용해 전세계 유명 관광 스팟들을 맵서핑 하면서 ‘방구석 세계여행’을 떠난다.


지상낙원? 그래, 여기가 지상 낙원이지.

   -홍희령 작업노트 중에서…

홍희령_여기가 지상낙원(부분), 천 위에 자수, 63x75.5cm, 2025
홍희령_여기가 지상낙원, 설치 2020
홍희령_여기가 지상낙원, 설치 2021
전시전경 exhibition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