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전시 주제는 ‘감각의 좌표(coordinate of sense)’다. 감각은 물리적 자극을 받았을 때 생기는 반응이고, 좌표(coordinate)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지리적인 위도와 경도로 위치에 대한 의미를 나타낸다.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보고 그 파리의 위치’를 나타내고자 만들어진 것이 데카르트 좌표계의 발명이었다. 확실하고 의심할 여지없는 진리를 찾기 위해 데카르트가 배제했던 것이 ‘감각’이었다. 그에 대한 답이 데카르트의 코키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ergo cogito, ergo sum)”였다.
이 확신할 할 수 없는 ‘감각’, 그 감각에 더해진 ‘감각의 좌표’가 이번 전시의 주제다. ‘감각(sense)’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신체의 외부나 내부의 환경 변화를 감지하여 이를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좌표’에는 평면좌표(2차원)와 공간좌표(3차원)가 있다면, ‘감각’에는 시·청각과 후·미각 그리고 촉각인 오감(five senses)이 있다. 이 오감은 환경과 대상에 따라 감각적 추론인 직관(intuition) 나아가 통찰(insight)이 작용한다.
이 작용에 대한 시·지각적 감각의 위치와 방향에 대한 전시 주제어가 이번 전시 ‘감각의 좌표’다. 무엇보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의 결과인 전시에는 독창성이 작동한다. 바로 창작과 감상이 상호작용하는 추(追)창조의 장(field)이다. 이곳은 감각교차의 시간이자 공감대 확장의 장소가 된다. 이처럼 창작활동은 보고 감각하는 경험과 시·지각을 통한 인식능력의 향상뿐 아니라 감성온도의 항상성과 역동성이 자리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은 온도와 통증 그리고 신체의 위치감각까지 다양한 감각작용으로 살아간다. 오감 외에 외부의 신호를 통해 방향을 감지하는 감각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시·지각과 숨이 차거나 목이 마른 체내감각작용을 한다.
‘좌표’의 사전적 의미는 “평면이나 공간 안의 임의의 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나 수의 짝. 또는 사물이 처하여 있는 위치나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문학에서는 심상과도 연관 지을 수 있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번 전시 주제인 <감각의 좌표>에서는 평형감각처럼 ‘자신의 신체가 향하고 있는 지각과 분별력’이 작동하는 감각좌표다.
<감각의 좌표>는 예측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몸과 사유사이에서 작동하는 작가의 행위(신체성)와 생각(의미망)의 위치와 지향에 대한 감각의 좌표를 보고 감각하기다. 변연미의 그림과 마주하는 것은 꽃의 생명감을 표현한 작가의 ‘회화적 감각’ 그리고 홍희령의 설치는 ‘여기가 지상낙원’이라는 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