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카카의 <지평선이 모일 때>는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과 저 멀리 하늘과 맞닿아 있는 지평선에 면한 곳이 서로 다르지 않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를 중심으로 한 가시적 거리의 끝부분과 지금 이 자리는 물리적 거리 외에 거의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상징적 주제로 작가는 ‘바위’를 가져왔다. 그의 바위는 세월의 흔적을 받아들이고 풍화되는 아픔을 견딘 신체이자 기억의 껍데기로 작동한다. 그는 “바위 역시 끊임없이 침식되고 마모되는 과정을 거치며, 그 안에는 성장과 쇠퇴, 흔적과 기억, 생성과 소멸의 서사가 담겨 있고, 신체의 노화에도 존재의 무게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작가 개인의 감각과 기억, 손의 압력으로 만든 바위를 통해 삶이 품고 있는 변화와 소멸에 대한 작가적 감각이 투영된 삶의 현실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시각화이다.
이번 전시 <지평선이 모일 때>는 자연물을 매개로 생명과 죽음, 저항과 순응의 이미지들을 교차시키며 생존을 위한 흔적을 보여준다. 전시작품 ‘바위가 있던 곳’은 바위를 응시하며 만든 그림, 존재를 기록하고자 하는 충동, 자연의 시간성과 인간의 반복적 행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또 다른 작품 ‘지도 그리기’는 하나의 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 돌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
변카카는 이번 전시에서 오브제와 설치작인 바위를 통해 생성소멸의 서사를 인식하는 시공간적 관점을 담았다. 그것은 ‘일시점’으로 보는 지평선이 세계와 세계를 나누는 경계이며 다가갈 수 없는 가깝고도 먼 아득한 곳이라면, ‘다시점’에서는 상호교차와 소통이 가능한 지점에 대한 방식이다. 전시 주제인 ‘지평선이 모일 때’는 지평선을 응시하는 시점이 지평선 너머 ‘지평선 밖’의 응시이다. 닿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바깥, 즉 ‘지평선 너머’ 보이지 않는 경계와 맞닿아 있는 세계의 저편,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 바로 ‘바위’에 대한 작가적 시선이다.
(정명주, 아트펄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