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높아지는 고층아파트의 계단은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보다 견고한 단절의 공간이다. 동일한 외관과 구조 다양성이 사라진 인테리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공간에서의 삶, 이번 전시의 주제인 ‘인스턴트 라이프’에서 작가가 주목한 것은 아파트의 상징적 구조인 ‘베란다’와 ‘계단’이 가진 시스템이었다.
“문득 새로운 체제, 즉 시스템(system)을 구축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업을 위한 시스템을 형성하는 필수요소는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작업실에 무심히 쌓여있는 목재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 그리고 일정한 규칙성을 지닌 내부 구성에 주목하게 되었다.(작업노트) 그리고 이동성과 확장성을 가진 작은 체제의 단위, 반복과 속도가 공존하는 환경, 특정한 법칙 속에서도 유동적으로 변형이 가능한 시스템, 이를 통해 고정된 구조가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재조합할 수 있는 공간과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고 싶었다.”(작가와의 대화)
이번전시에는 현대인이 느끼는 ‘외롭지만 편리한’ 도시인의 삶, ‘인스턴트 라이프’에 대한 작가적 시선이 자리한다. 이 시선에는 ‘불편해도 행복한’ 삶, 그것은 무엇으로부터 오는지, 전시를 보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이 겨울 온기 나누는 사유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평론 : 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