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연의 색과 빛의 평면과 공간설치는 색의 깊이감과 빛의 공간감을 담는 공간예술이다. 유리구슬이 품은 오묘한 색과 추상무늬에 인공의 빛을 더하면 시공간을 굴절시키듯 빛 그림자의 공간이 되고, 평면인 랜티큘러(Lenticular)를 활용한 작품은 원형의 정교한 색들이 공간적 깊이를 더한다면, 시야의 각도에 따라서 변화하는 이미지는 환상적이다.
안종연의 작업적 효과는 렌티큘러 시트(sheet)의 수직 수평의 배열을 통해 평면회화가 추구해 온 착시의 역사를 새롭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오랜 세월 서양의 미술사는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공간을 그리는 착시의 역사였다. 안종연이 만드는 공간의 착시는 물리적인 공간에 비물리적인 색과 빛을 담는 공간예술이다. 그것은 구슬에 빛을 담고 그 빛이 가 닿는 곳에서 생기는 빛의 그림자 혹은 랜티큘러에 정교한 원의 형과 색의 빛을 담은 판타지의 공간이다.
이처럼, 안종연의 작업적 비전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시각적 확장, 가장 기본적이면서 본질적인 색과 빛을 재료로 2차원에서 3차원 나아가 다차원의 공간을 감각하는 예술을 지향한다. 그것은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을 구체적인 공식이나 절차를 통해 표현하는 고도의 형식성과 정밀성을 요구하는 인지과학예술이다.
전시기획자이자 평론가인 김준기는 “안종연은 자신이 만든 유리 캐스팅 안에 LED 조명을 넣고 그것을 거울 앞에 펼쳐서 볼록이나 오목의 원형으로 확장한다. 안종연의 조명술은 빛의 에너지로 시각적 판타지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공간의 확장을 끌어내고 시간의 주름이라는 일관된 주제로까지 연결해내는 통섭의 예술을 잘 보여준다. 입체와 영상을 결합한 <만화경>은 에폭시 페인팅 연작에서 얻은 이미지들을 다양한 화면으로 변주한 켜켜이 확장하는 공간 속에서 무한히 증식하는 만다라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