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 세오녀’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설화다. 이 설화는 2세기 무렵 신라의 동해 바닷가에 살던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렸지만, 왕비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낸 후 다시 빛을 되찾았다고 전해오는 이야기다. 포항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일만에 연오랑 세오녀를 주제로 공원을 만들었다.
전설이 담긴 일원동 바닷가 바위의 흔적은 바닷물이 높아지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바위 꼭대기는 갈매기 자리가 되었다. 이 바위와 가까운 해변의 모래위에 작은 돌멩이는 마치 바위의 분신처럼 바닷가에 흩어져 있다. 작가는 여기서 ‘세오녀’를 만나기 위한 마음의 주문처럼 바위를 바라보고, 영겁의 시간을 품은 흔적인 ‘돌의 정면’을 발견한다. 그리고 돌의 얼굴을 증명사진처럼 촬영하는 것은 ‘옛날 옛적 설화와 어린 시절 그리고 현재의 자신’을 연결시키는 하나의 고리이자 동시에 작가의 얼굴이다.
작가는 “옛날이야기와 내가 놀던 바다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장소와 시간을 연결하는 어떤 주문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황인모의 ‘돌의 정면’은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 옛이야기와 어린 시절의 놀이터였던 바다 그리고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동시에 연결되는 곳, 바로 ‘돌의 정면’이자, 어린 시절 기억 속 얼굴이다. 황인모에게 이것은 ‘타임캡슐’ 같은 기억의 돌멩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