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민 개인전 : LA PROMENADE 산책

신준민 개인전 : LA PROMENADE 산책

Junmin Shin

LA PROMENADE

2022. 6. 14 - 7. 2 / ART SPACE PURL

Sun shine_oil on canvas_40.9x53cm_2022

아트스페이스펄은 2022년 동시대미술을 견인하는 현장비평과 전시기획을 연결하여 창작과 비평의 과정을 보여주는 [감성생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청년작가 3명(정문경, 김윤섭, 신준민)을 초대하여 릴레이 개인전시를 진행하면서 미술평론이 텍스트에서 벗어나 작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현장비평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시도이다. 작가가 작업실에서 매체와 씨름하며 창작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비평가는 서재에서 텍스트와 마주하며 고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창작과 비평은 전시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호 공존하게 되며 감상자는 그 사이를 산책하며 시청각적 사유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 감성생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 소장), 강미정(미학자)은 현장비평이 다양한 깊이와 무게로 다가가길 기대하며 창작과 감상의 소통을 강조한다.

Night Light_oil on canvas_194x130cm_2021
Night Light_oil on canvas_162x112cm_2022

아트스페이스펄 ‘미술비평활동 : 감성생태’와 연계한 릴레이 개인전 세 번째 작가는 신준민이다. 그는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풍경을 회화적 감성으로 품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그가 찾았던 산책로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진천천이라는 작은 개천에서 시작하여 달성습지를 거쳐 사문진나루터나 강정고령보까지 갈 수 있는 기나긴 코스로 자연과 도시가 맞닿아 있어 해 질 녘엔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웰빙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전부터 작가도 이 산책로를 따라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책하였다.

도시재생사업 이전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따라 산책길이며, 오솔길이며, 등산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숲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새로운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곳마다 인공적인 산책로를 만들고 환경을 조성하여 도시 속에서 누리는 힐링 이미지를 강조한다. 또 지역의 기관에서는 동네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었던 유명인 또는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하며 00길, 00공원, 00문화관 등으로 주민들과 동네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두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작가가 거닐던 이 산책로도 기존 있던 유원지와 습지 등을 재정비하며 조성된 산책길이다. 인공조명과 거대한 교각, 군데군데 놓인 벤치와 포토존, 우거진 자연과 잘 분리시켜 정비된 길은 시민들의 힐링로드가 되었다.

 

Exhibition View 2022, Art Space Purl

신준민의 이전 작품은 주로 적막하고 쓸쓸한 도시의 한 부분을 회화적 언어로 시각화한다. 달성공원, 스타디움, 길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구조물 등 도시의 화려함과 상반되는 이미지들은 개인이 사회에 던지는 무언의 시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산책>에서도 도시의 이면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선이 담겨있다. 그는 도시에서 만나는 자연에서 자신의 주제인 빛을 관찰하였다. 19세기 인상주의 작가들이 어두운 화실에서 벗어나 밝은 야외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빛을 색으로 표현했던 것과 달리, 신준민은 자연에 드리워진 인공적인 빛의 상징성을 하얀빛에 담고 있다.

커다란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강하게 비추는 두 개의 조명이 있는 작품 <밤빛>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자 감시자의 눈빛처럼 강렬하다. 도시의 밤을 그린 배경과 환한 조명등의 대비는 거친 터치로 그려진 앙상한 풀을 더욱 강조한다. 신준민은 하나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걷고 또 걸으며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시각적 이미지와 그날의 느낌을 함께 채집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과 시·촉각적 감각의 회화적 표현이 관람자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

동틀 무렵 어두운 숲에서 고가도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작품 <밤빛>은 동이 트기 전 새벽안개 속 풍경이다. 공기를 가로지르는 크고 작은 붓 터치 수십 수백 번을 손과 팔과 몸으로 긋고 또 긋는 행위가 교차한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풍경, 흐릿한 교각을 배경으로 희뿌연 새벽공기를 뚫고 수풀과 나무가 선과 선이 겹치고 잎과 잎이 점점으로 새벽을 깨워 얼굴을 내민다. 신준민의 <밤빛>은 밤을 품은 새벽이 빛, 새벽안개 속 깊이 잠든 공기를 깨우는 하얀 얼굴이다. 새벽을 걷는 풍경 속 공기 따라 산책길을 통행한다.

Night Light_oil on canvas_162x112cm_2022
Spotlight_oil on canvas_130.3x193.9cm_2021

신준민 작가는 의식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어느 날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와 흐르는 강물은 나와 함께 산책을 하는 듯 그날의 바람, 공기, 온도, 빛, 소리가 온몸에 받아들여지고, 평범했던 산책로는 어느새 어떤 정서적 공간이자 회화적 장면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풍경을 수집하고 작업실로 돌아와 캔버스에 그릴 때면 마치 그날의 바람이 풍경을 그리고 사라지게 하는 듯 회화의 붓질과 물성은 캔버스 위에서 그려지고 지워지며, 때론 물감이 뒤엉켜 흘러내리고 겹쳐지면서 그날의 풍경이 흔적으로 남겨졌다.” 이처럼 신준민의 풍경은 웅장한 경관이나 역동성보다 섬세한 감성 표현에 집중한다. 그날 우연히 마주한 풍경이 스스로 그림이 된 것처럼, 작가는 산책길에서 그림을 본다.(정명주/아트스페이스펄 디렉터)

A thorn_oil on cavnas_65.1x53cm_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