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펄의 이번 전시는 개구리도 잠에서 깬다는 절기상 경첩에 몸과 마음도 녹이는 ‘봄’을 주제로 전시를 열어 놓는다. 추운겨울을 지나면 당연히 봄이 온다. 그리도 당연하게 여겼던 올해의 봄이 특별한 것은 늘 있던 것이 변하거나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되새기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봄은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계절이다. 얼었던 땅을 뚫어내는 파란 싹의 생명력처럼, 힘든 나날들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창작의 열정은 봄의 새싹과 같다. 그래서 이 봄의 아롱거리는 빛 속에서 창작의 열정이 담긴 전시로 마음의 빛을 밝히고자 ‘봄’전을 연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가 남긴 깊은 우울과 반성 속에서 감각의 회복을 위한 ‘봄’전은 작가들이 자각한 저마다의 봄이 담겨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세 명의 작가들의 작품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그림자 속에서 무수한 힘들로 켜켜이 쌓인 모호한 현실을 깎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린 작품들이다. 이 창작의 과정에서 투영된 심리적 불안은 촉각적인 방식을 통해 밝은 미래에 대한 회의와 희망이 겹쳐진 물성과 감성이 교차한다. 이처럼 이번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의 대결 속에서 생긴 불안 심리들이 사회 현상과 겹쳐질 때, 또렷한 형상이 겹치고 깎여진 물성이 상흔이 되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저용량의 풍경들이 확대되어 흐릿한 풍경이 되거나, 산 능선 따라 검푸른 나무들이 늘어선 풍경 사이로 새파란 하늘과 핑크빛 노을이 물든 초자연의 풍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