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택근 작가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로 향했다. 2년 전, 올 여름 만큼 38~9도를 오르내리지는 않았지만, 야외전시로 몸과 마음은 더 뜨겁게 보냈던 2016년의 여름이 겹쳐진다. 그다지 적지 않은 공간도 빼곡히 자리한 작품들로 비좁았던 작업실에서 큰 바위를 만들며 글씨를 새겨 넣던 작가의 모습이 선하다. 이전작품이 차곡차곡 쌓인 곳과 지금 하는 작품들 사이 좁은 공간, 이 더위 속에서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있을지, 그곳으로 향하는 길, 발 보다 마음이 앞선다. 연 일 폭염 보도로 온 나라뿐 아니라 전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가까워지는 거리만큼 걱정은 커진다. 동행한 작가와 함께 주소 따라 도착했다. 햇볕에 기다리다 다시 작업실로 향하는 듯 멀리 뒷모습을 보니 여전히 깡마른 모습이다. 얼른 차창으로 고개 내밀어 불 러본다. 피부를 파고드는 햇살 피해 막 그늘로 가자 소리 듣고 뒤돌아보는 얼굴이 새카맣다. 작품에 쏟았을 땀이 얼마일지 상상이라도 해본다. 밖으로 나와 있는 작품은 없지만 입구까지 작품이 쌓여있다. 공간을 알뜰히도 정리했다. 전시할 작품들을 보기 좋게 진열하기 위해 또 얼마나 땀을 쏟았을까. 작거나 큰 작품들 구 석구석 손길 따라 이열치열의 정성을 본다. 폭염도 서늘하게 느낄 만큼 뜨겁고 무거운 마음이 교차한다.
2. 작가의 친구가 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사를 하면서 이번 전시를 위한 준비과정과 작품을 하면서 생각했던 복잡한 심경들을 털어 놓는다. 푸짐한 안 주 삼아 약주 몇 잔 들고 나니 말문을 연다. 맨 먼저 터져 나온 말이다. “작업을 하면서 ‘내가 이것을 왜하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계속해 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거나 혹은 막연하지만 암묵적인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작업을 하면서 노동 속에 녹아들기도 하고 또 전시를 위한 장소와 과정에 대한 인지방식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작업을 했다. 그리고 17년 동안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주제로 꾸준히 고민하고 전시해 왔지만 매번 도망가고 싶은 심리가 여전히 작동한다.” 이택근은 불확정적인 상황에서 전시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 도망가고자 하는 곳을 열어 놓는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는 작업을 하는 방법론이나 태도가 작가의 몫 이기는 하지만, 명료하지 않은 생각 속에서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작업을 완성해 가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내 작업은 개인적인 생각을 투영 하는 것이다. 그것은 진짜와 가짜가 가진 경계, 그 경계 속에서 자신이 보고 느끼는 감정이라면 허구조차 진실로 착각하고 믿는 것이 편할 때, 그 믿음은 진실이 된다.” 작가는 바로 이런 이중성 혹은 허구를 진실이라고 생각하거나 주문에 걸리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경계의 지점에서 착시 혹은 허상이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 인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런 그의 질문에는 그간에 ‘다르게 생각하기’로 허구를 위한 허구의 경계에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물성과 이미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 러한 그의 시도에는 허구를 통해 허구의 의미를 생각하는 역설적인 다름의 미학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