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붓으로 풍경을 그리 듯 영상으로 기억과 현실의 풍경을 재현한다. 이러한 영상으로 그린 그림은 경험의 밀도와 상상력에 따라 완성도가 높아진다. 음악처럼 연주하듯 그릴 수 있는 기술에 작가의 예술적 감각이 더해질 때 아름다운 영상미가 탄생한다. 이렇듯 영상이미지가 예술이 되는 것은 미적인 체험과 기술과 지식이 차곡차곡 쌓일 때 영상예술을 통한 창작을 구현할 수 있다.
오늘날 디지털 기반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할수록 인문학과 예술적 경험이 보다 더 요구되고 있다. 기본적인 교육이 탄탄하게 쌓이지 않으면 숙련된 기술이 있더라도 예술창작으로 연결해 가기가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예술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것은 직·간접적인 경험을 체화해 가는 것이다.
신기운작가의 이번 전시 ‘기억의 재현’에서 바다나 하늘 그리고 자연의 여러 가지 현상들을 불러와 하나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작가적 시각을 구현하는 예술적 역량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작가는 색이나 구름의 속도나 바다의 일렁임 등 풍경의 신비감과 기억 속 풍경을 디테일한 부분까지 조절해 어디서 본 듯한 낯선 풍경으로 시지각적 경험에 심리적인 효과를 더해 영상작업을 한다.
영상작업에 있어서 주어진 재료가 다양해도 그것을 다루는 요리사의 수준과 손맛에 따라 맛의 차이가 생기는 것처럼, 예술적 완성도를 위한 영상기법이 예술적 비전에 녹아들 수 있을 만큼의 기술적인 완성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요리사는 미각이 중요한 것처럼, 디지털영상 예술가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신기운 작가가 디지털 영상으로 그린 풍경에서 경험적 실제와 인공적인 풍경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예술적 체험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만의 시지각적 의미는 뭘까?
작가는 “나의 경우 디지털영상을 통한 예술승화의 지점은 삶의 공간에서 경험하고 체화된 기억들을 미술이라는 언어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떠오르면 카메라 들고 나가 이미지를 담고자 했다. 지금은 컴퓨터에 앉아서 이미지를 수집하고 아날로그 사진이 구현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방식에서 디지털기반의 기술을 활용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체화된 것, 아날로그 정서에 축적되었던 정서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동시대적 감각을 예술로 완성하는 것이다.
디지털 아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림을 잘 그려야지 포토샵이나 디지털 영상도 잘 그릴 수 있다. 공간감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풍경의 전후좌우 형상의 비례와 구도 등 2차원의 평면성과 3차원의 공간성 나아가 다차원의 공간을 다루면서 이미지를 다루는 기본적인 실력이 갖추어 질 때 디지털아트의 공간구성이나 이미지의 비례와 조화를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렇기에 컴퓨터의 툴을 다루는 기술에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을 때 좋은 영상 디지털 작품도 가능하다.”(작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