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풍경화 개념에 시선을 모아보자. 일상적인 풍경이 빛으로 변신하면서 현실적인 풍경을 거부한 빛-풍경화는 전위적 미학이다. 구체적인 자연의 현상 즉 나무와 하늘과 구름과 숲과 도시공간이 섬광과 파편과 같은 이미지와 맞닥뜨리면서 재현과 추상의 경계마저 유영한다. 폭발과 섬광이라는 이미지는 작가가 마주친 현상이겠지만. 사회적 충돌도 암시한다. 코로나 이후 빛과 풍경의 통섭이 작가 본인에게는 창작의 자유를 향한 울부짖음이지만, 관찰자인 우리에게는 시대적 불안과 문명적 위기의 은유로도 읽힌다. 부가적 설명조차 필요치 않다.
신준민은 최근의 시리즈에 빛-풍경화 개념을 세부화한다. 그의 시리즈는 빛 즉 섬광과 파편의 시각화를 통해 정적인 풍경이 사건의 무대로 전환한다. 그리하여 회화가 다시금 사건으로 회귀한다. 반면에 자연이든 도시 풍경이든 현상학적 사건과 병치 되면서 초현실적 화면공간도 내포한다. 풍경과 빛이 붓과 색으로 중첩되면서 한편으로는 재현과 추상, 다른 한편으로는 고요와 폭발이 교차하면서 경계의 미학이 개념에 자리한다. 전통적 풍경화에 기댄 작가가 시대적 사건과 긴장감을 담아낸다는 비평적 믿음도 선사한다. 종합하면, 신준민은 빛-풍경화라는 시각적 개념으로 회화의 사건성을 복원한 작가다. 물론, 화면 속 섬광은 빛의 묘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빛-풍경 시리즈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관람자를 휘말리게 하는 현상학적 체험으로 간주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현대회화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람자는 어떻게 화면과 마주해야 하는가. 한국화든 서양화든 고요와 정적의 장르였던 풍경화와 멀어져야 한다. 나무가 세월의 흔적이고 하늘은 관조의 배경이라는 익숙해진 경험에서 멀어져 섬광과 폭발 그리고 파편과 빛의 궤적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건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러면 순간의 폭발, 눈부신 섬광, 날카롭게 흩날리는 빛의 조각들이 자연과 도시의 질서가 해체되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하늘이 고요한 파란빛이 아니라 찢겨 나가는 격렬한 무대 공간이라는 것도 체현할 수 있다. 빛-풍경화가 작가에게는 사건과 긴장이 교차하는 공간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숙고의 과제도 남겨놓는다.
신준민은 풍경화를 다시 쓴다. 고요한 풍경을 그리면서도 그 안에 사건을 투사한다. 그리하여 한국화와 서양화로 구분된 전통적 장르를 거부하고, 빛-풍경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재탄생한다. 우리가 빛-풍경화에 더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선명해진다. 신진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신준민이 현대 회화가 어떻게 다시 사건이 될 수 있는가를 물었고, 그의 시리즈는 우리의 시선을 이미 사건 속으로 초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