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은 신진작가 시절 뛰어난 사실력으로 착시(Trompe L’ Oeil)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였다. “인간은 카메라와 달리 한 눈이 아니라 두 눈으로 대상을 인식하기에 공간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이미지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뇌라는 인지 기관에서 정확하게 하나의 광경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나는 캔버스에 실제 두 눈으로 바라볼 때와 같은 장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대상과 거리에 따른 입체감이 다르게 보이기 위한 장치로써 두 개의 캔버스를 마련했다. 그리고 예전에 보았던 명화의 이미지나 조각상, 드로잉을 동일한 공간 속에 각각 재구성하고 그려냄으로써 마치 망막에 비친 그림처럼 보이기를 원했다.”(최영)
최근 최영 작가는 사물을 그림처럼, 그림을 사물처럼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이미지의 세계를 찾아다녔다. 이렇게 이미지가 망막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가 인터넷의 가상세계를 떠다니는 이미지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작가는 이번 전시작품에 대해 “나는 해상도가 위계를 결정짓는 이미지 계급사회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저화질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바다를 떠도는 좀비빙하(Zombie ice) 이미지를 AI 프롬프트로 변주하고, 다시 나의 감각과 관계를 맺게 한 것이다. 프레임에 맞춰 인쇄된 종이의 뒷면을 제거하고, 캔버스 천에 전사(Transcribe)한 후, 그 위에 오일파스텔, 아크릴 물감으로 기하학적 구성과 색감을 표현하였는데, 화면 일부를 드러내거나 가림으로써 주목받지 못한 것에 대한 재해석과 회화 프레임에 대한 나의 추상적 고민을 보여주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