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이고>는 지난해(2024년) 겨울 제주에서 마주하던 깊고 푸른색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물을 식별할 수 없는 어두움과 거친 바람 그리고 소리치는 파도의 울림은 버티고 서있는 작가의 두려움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렸다. 카메라와 함께 온몸으로 감각했던 서진은의 푸른색은 거친 바다바람과 마주한 제주살이 한 달의 결과물이다.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아지는 시간, 적막한 어둠을 품은 깊은 침묵과 어둠의 시공간, 순간이 영원처럼 어둠 속 검푸른 빛 속에서 작가는 바다이고자 했다. 이번 전시작의 주제가 된 ‘나는 바다이고’는 나와 바다가 일순간 하나가 된 순간, 정화(catharsis)의 표현일 것이다.
일상을 벗어나 온전히 어둠 속에서 마주한 바다풍경,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빛의 탄생, 깊은 어둠 속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빛, 어둠 속 점점 밝아오는 하나의 거대한 수평선으로 갈라지는 하늘과 바다, 형언할 수 없는 하늘과 바다의 숭고한 아름다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작가는 겸허한 마음으로 비현실적인 오묘함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순간, 바로 이번 전시작 심연을 품고 벽해(碧海)를 담은 ‘나는 바다이고’였다.
<돌 The Stone>은 투명필름 일곱겹을 설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돌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을 품고있다. 작가는 “이 작은 돌멩이들이 품고 있을 어마어마한 시간과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단단함에서 품어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아우라가 느껴진다. 돌을 만지거나 보고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내 맘을 나도 어쩌지 못함에 질려 버렸는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돌에게 내 맘을 홀딱 빼앗겨 버렸다. 시크한 딥 블랙, 불규칙적인 도트 패턴. 숨 쉬는 듯한 제주돌은 보면 볼수록 블랙홀 같은 짙은 마력의 아우라가 풍겨진다.”
<폴라_고산63-7>은 폴라로이드 사진 위에 크레용이나 물감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작업실 주소를 제목으로 한 이 작품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과 환경이 담겨있다. 작가는 “언제나 내 작업의 관심은 평범한 일상의 것들에서 시작된다. 소소한 일상의 관찰과 연구를 통한 접근 방식과 주관적인 감정개입은 주변과의 관계성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되는 익숙한 시간과 공간을 통하여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가는 치유적 과정이 아닐까 한다. 일상의 사소함에 시선이 머물면서 늘 곁에 있는 평범함이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에 또 다른 힘을 느끼게 된다.” 서진은 작가는 필름인 동시에 인화지인 폴라로이드 사진이 주는 유니크함과 단종된 필름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을 사적공간에 대입하며, 작가의 내밀한 시선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