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펄유는 2024년 10월 15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여성작가 김건예와 박소현을 초대하여 <시선의 흔적>전시를 개최한다. 평면회화를 중심으로 작업을 하는 두 작가는 설치와 퍼포먼스 등 실험적인 매체를 통해 작품 세계 확장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과 기법을 엿볼 수 있는 풍경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박소현은 미국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를 졸업한 후,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던 울산에서 신진작가로 활동하였다. 울산지역 예술지원사업선정 및 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를 통해 작업에 집중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나갔다. 김건예는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지도교수로부터 마에스터슐러(Meisterschuelerin)를 임명받고 졸업하였으며,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에서 2년간 아뜰리에 장학금과 후원을 받으며 신진작가로 데뷔하며 주목을 받았다.
예술가가 바라보는 시선과 그 흔적은 작업환경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구체화 되기도 하고 추상으로 변주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무의식을 길어 올려 의식화 하거나 세상과 마주하며 사회적 통념과 맞서기도 한다. 이렇게 작가적 시선과 흔적은 점과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작품세계를 만들고 감상의 길로 인도한다.
박소현의 시선과 흔적은 청소년 시절 가족과 베트남에서 찍은 사진 한 장에 남아있다. 정지된 이국적 풍경은 한때 즐거웠던 추억을 지속적으로 소환하는 대상으로써 환희의 욕망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렇게 디지털 프레임에 포착된 이미지를 더 자세하게 보기 위해 늘이고 확대하면서 깨지고 변형된 풍경을 발견하였다. 박소현은 “보는 것 이상의 것을 보기 위해 이미지를 작은 칸으로 수십 차례 분할하고 분할된 칸을 픽셀 단위로 보일 때까지 확대해서 특정 부분에 속한 픽셀들의 색들과 배열을 관찰했다. 단순히 보았던 것과는 달리 사진을 해부하여 관찰할수록 부분들의 이면이 보인다.”고 2023개인전 <부분의 부분>을 통해 밝혔다. 수많은 붓질과 색면의 중첩으로 드러나는 박소현의 풍경은 어쩌면 ‘전체와 부분’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도전이며 편견의 재구성 또는 해체되는 지점에 대한 실험이다.
김건예는 오랫동안 붓질을 교차하며 평면성을 강조하던 그리드 기법으로 사회적 이슈나 모순을 담아낸 현대인을 콘셉트로 한 작업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19’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단절된 사회적 시스템과 불안을 경험하며 그의 시선은 인물에서 자연으로 이동하였다. 작가는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전시의 콘셉트에 대해 고민한다. 이전과 조금 더 다르고 발전된 그림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이 매달 매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전시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재미가 없기 때문에 나의 작업 방향은 내 삶의 변화를 반영한다.”(2020년 개인전 ‘잃어버린 계절’ 인터뷰)고 말했던 것처럼 작업의 변화를 예고하였다. 2023년 개인전 <색과 결의 풍경>에서 산의 한 부분인 능선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 받았다. 김옥렬 평론가는 “평편하고 넓은 평 붓으로 매끈한 길을 내듯 능선 따라 색과 결로 그린 풍경이다. 이 풍경은 굽이진 산의 능선에 투영된 삶을 붓으로 지우듯 그리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삶을 향한 색과 결로 탄생한 회화적 풍경이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시선은 산의 능선과 골짜기 그리고 좀 더 멀리 보이는 봉우리에 닿았다. “아무리 비슷하고 평범하게 보이는 산이라고 해도 그 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선들이 존재한다. 나의 시선엔 그 선들은 산의 높이와 깊이를 결정하는 면이 남기는 깊은 상처로만 보인다. 마치 누군가 할퀴고 간 흔적 같다.”(김건예 작업노트 중에서). 이번 전시에서 김건예는 산을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과 애환이 담긴 감성적 풍경을 보여준다.
아트펄유는 전업으로 치열하게 활동하는 두 여성작가를 초대하였습니다. 김건예는 현재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견작가로 탄탄한 회화적 구성과 감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소현은 울산에서 작업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용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입니다. 평면, 입체 등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사회적 모순과 편견에 대한 인식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건예, 박소현의 서로 다른 풍경 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의 시선과 흔적을 발견하길 바랍니다.(정명주, 아트펄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