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e Structure

Mute Structure

Kunee Kim Solo Show

MUTE STRUCTURE

2026.3.30-4.12 / Art Space Purl

김건이의 "숨(Breath), 머묾(Abiding), 전이(Transference)"

1.

21세기 자아 정체성을 표현하는 비언어적 소통의 수단인 옷, 즉 패션 양식은 유행에 따라 변화해 왔다. 이러한 유행을 선도하는 전문가는 패션디자이너 일 것이다. 오늘날 패션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로 일상 속에서 가장 먼저 보여 지고(시각적) 드러나는(개인의 패션스타일) 제2의 얼굴이다. 

 

현대인의 삶에서 ‘의상’은 초개인화 시대의 ‘제2의 피부’라고도 한다. 이는 획일화된 유행보다 개인의 취향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낼 뿐 아니라, 취향에 따라 개성 있는 스타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가장 확실한 시각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패션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천 조각이 아니라, 인간 문명과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상징이자 은유다. 이런 의미에서 ‘의상’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고, 상호 소통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모든 형태의 가시적 구조물을 의미하는 동시에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상과 제도를 입어야 한다는 문화적 변화의 당위성을 상징한다”.(Thomas Carlyle) 

 

오늘날 의복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대량 시스템 속에서 환경과 윤리를 전제한 소비문화 역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대두된 ‘업 사이클링(Up-cycling)’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21세기 소비사회의 요청에 대한 전시를 아트스페이스펄 2인 초대전으로 진행했었다. 당시(2019년) 김건이의 입체 패턴과 업-사이클링은 옷을 디자인하면서 남는 천이나 샘플을 모아 동글하게 말아 놓으면서 촉각적인 질감뿐 아니라, 그 색과 형의 아름다움과 환경에 대한 윤리 의식이 투영된 작업적 시도였다.

전시전경, 아트스페이스펄 2026
  1.  

이번 김건이의 개인전은 패턴(Pattern)과  선(Line)을 주제로 한다. 패턴의 선은 옷의 조각을 만드는 경계선이 아닌, 입체적인 몸과 만나는 지점이다. 따라서 패턴의 선이 갖는 미학적 가치와 디자이너의 감각은 ‘인체 해석의 미학’, ‘공간과 여백의 설계’ 그리고 정체성(Signature Line)의 결합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초점은 선(line)으로 평면적인 원단(fabric)위에 인체의 선을 그리는 것, 그 과정에 녹아든 ‘숨, 머묾, 전이’가 된다. 이처럼 ‘패턴의 선’은 신체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과 동시에 입고 움직이는 신체의 역동적 실루엣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김건이 디자이너의 평면(원단)을 입체(의복)로 만들어 가는 디자인의 구조에 주목한다. 이는 의상 제작을 넘어 인체와 옷감 그리고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 가는 ‘공간과 여백’은 옷과 몸 사이를 결정하는 것으로 ‘패턴의 선과 각도’에 따라 ‘제2의 피부’로 완성된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패턴의 선(line)’이 설계의 주체인 디자이너 고유의 가치가 되는 이유일 것이다.

숨Breath 2, fabric, 33x33x4cm, 2026
머묾Abiding Trace3, black tourmaline and lambskin, 13.5x5x8cm, 2026
전이Transference 시리즈, mixed media on birch panel, 가변설치, 2026

전시 주제인 ‘Mute structure’(침묵하는 구조)는 인체나 사물을 하나의 정적인 오브제를 함축하기 위한 비유적인 표현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전시된 김건이의 ‘패턴의 선’은 음악(재즈)을 들으며 가위로 선을 그릴 때, ‘호흡’의 흐름을 통해 패턴이 완성된다. 부제인 ‘숨, 머묾, 전이’의 단계는 단순히 옷의 본을 만드는 기술적 단계를 넘어서 예술적 수행의 과정이자 디자인을 통해 평면이 입체가 되는 과정에서 생성 변화하는 리듬이다.

 

이처럼 패턴 위에 선을 그리는 행위는 인체의 움직임에 호흡을 불어 넣어 선을 살리는 과정이고, 머묾(Pause)의 의미는 잠시 멈춰 에너지를 응축하는 시간으로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평면의 선이 입체가 되었을 때의 볼륨과 구조를 감각적으로 시각화하는 고도의 집중 단계이다. 가위로 디자인 선을 자르는 행위는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패턴 조각(Pattern Piece)으로 전이되는 결정적 순간에 옷과 인체 사이의 공간과 여백이 생긴다.

 

김건이 디자이너의 가위가 선을 따라 흐르는 리듬은 음률처럼 매끄러운 전이를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의 의도는 종이에서 원단으로, 다시 인간의 신체로 옮겨가며 비로소 입을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된다. 이는 침묵 조각(mute structure)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역동적인 탈바꿈이 가능해지는 의식(ceremony)이 아닐 수 없다.

 

김건이의 이번 개인전은 의상의 설계도인 ‘패턴’의 선(line)’을 보여주는 전시다. 패턴 감각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설계도(Pattern Making)’ 위에 디자이너만의 예술적 영감(Fashion Sense)을 3차원으로 입히는 능력이다. 이는 옷이 인체에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아름다운지를 아는 디자이너의 심미안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일상에서 보고 입는 과정을 통해 패션의 미적 의미, 제2의 피부라고 하는 옷의 언어에서 원단과 패턴 그리고 선의 미학에 대한 의미를 사유하는 시간이다.

숨Breath 시리즈, 천, 영상, 가변설치, 전시전경 2026

이렇듯 오늘날 의상에 대한 인식은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행동을 대변하는 동시에 패션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만족 또한 시대적 요청이다. 일상에 구현된 ‘뉴트로’(New-tro)의 문화인 전통이나 과거의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일상복으로 착용하는 현상은 현대 도시인의 정서적 향수와 차별화된 현대인의 미적 태도일 것이다. 이는 전통과 현대의 연결고리를 통해 도시인의 삶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개인 나아가 사회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삶의 풍경일 것이다. 

 

이 변화의 시대 공동체가 상호작용 가능한 ‘패션디자인’은 무엇일까. 이번 아트스페이스펄 초대전은 김건이 패션의 ‘디자인 미학을 대표하는 ‘패턴과 선(line)’이 주제다. “자켓의 소매나 혹은 스커트의 패턴 하나가 갖는 순수한 평면 조각, 허리에 요크(Yoke, 옷의 형태를 잡고 체형에 맞게 입체감을 부여하는 기능적 분할선이자 구조적 절개선) 라든지 이를 통해 기능적 완성이 아니라 하나의 조각으로 전시작이 될 수 있는 디자인적 패턴 조각을 찾고자 했다. 그렇다고 이번에 전시된 조각들을 다 모은 다고 하나의 옷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의 디자인 중에서 하나의 조각이 갖는 각각의 패턴 중에서 상의 앞판이거나 소매 하나인 것 등, 디자인이 들어간 옷의 패턴에서 서로 다른 하나의 부분, 한 조각의 독립적인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형상에 주목했다.”(김건이 인터뷰)

전이 Transference 시리즈, 자작나무, 혼합재료, 가변설치, 2026

3.

디자인이 가미된 옷의 ‘한 조각(One Piece of Pattern)’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도구를 넘어  인체와 옷 사이 빈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형(Atypical)의 유기적 실루엣(Organic Form)인 ‘패턴 조각’을 전시장 벽에 설치했을 때, 인체의 곡선을 재해석한 비정형의 조각은 그 자체로 긴장과 리듬감을 가진다.

 

이번 김건이 개인전에 전시된 각각의 패턴은 여러 개의 독립적인 조각 오브제로 여백과 절개라는 새로운 존재감, 즉 숨-머묾-전이로 이어지는 김건이의 패턴 조각의 시·촉각적 형태미, 동시에 옷과 인체 사이, 공기를 조각하는 결정적 순간의 탄생일 것이다.

평론/김옥렬 Art critic by Okreal Kim

전이Transference_EN81-S002-2, mixed media on birch pannel, 40x39.5x0.9cm, 2026
환기Evocation, Single Channel Video 2"00,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