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주제인 ‘Mute structure’(침묵하는 구조)는 인체나 사물을 하나의 정적인 오브제를 함축하기 위한 비유적인 표현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전시된 김건이의 ‘패턴의 선’은 음악(재즈)을 들으며 가위로 선을 그릴 때, ‘호흡’의 흐름을 통해 패턴이 완성된다. 부제인 ‘숨, 머묾, 전이’의 단계는 단순히 옷의 본을 만드는 기술적 단계를 넘어서 예술적 수행의 과정이자 디자인을 통해 평면이 입체가 되는 과정에서 생성 변화하는 리듬이다.
이처럼 패턴 위에 선을 그리는 행위는 인체의 움직임에 호흡을 불어 넣어 선을 살리는 과정이고, 머묾(Pause)의 의미는 잠시 멈춰 에너지를 응축하는 시간으로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평면의 선이 입체가 되었을 때의 볼륨과 구조를 감각적으로 시각화하는 고도의 집중 단계이다. 가위로 디자인 선을 자르는 행위는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패턴 조각(Pattern Piece)으로 전이되는 결정적 순간에 옷과 인체 사이의 공간과 여백이 생긴다.
김건이 디자이너의 가위가 선을 따라 흐르는 리듬은 음률처럼 매끄러운 전이를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의 의도는 종이에서 원단으로, 다시 인간의 신체로 옮겨가며 비로소 입을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된다. 이는 침묵 조각(mute structure)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역동적인 탈바꿈이 가능해지는 의식(ceremony)이 아닐 수 없다.
김건이의 이번 개인전은 의상의 설계도인 ‘패턴’의 선(line)’을 보여주는 전시다. 패턴 감각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설계도(Pattern Making)’ 위에 디자이너만의 예술적 영감(Fashion Sense)을 3차원으로 입히는 능력이다. 이는 옷이 인체에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아름다운지를 아는 디자이너의 심미안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일상에서 보고 입는 과정을 통해 패션의 미적 의미, 제2의 피부라고 하는 옷의 언어에서 원단과 패턴 그리고 선의 미학에 대한 의미를 사유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