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 중 확대된 흑백 포도사진의 경우는 마치 태양계의 행성표면 이미지를 투영한 것 같다. 그것은 실제의 포도지만 성인 사람만큼 크게 확대된 포도와 마주할 때 느끼는 인간의 눈은 보는 눈과 보여 지는 대상의 관계 인식에 따른 ‘실제와 허구’에 대한 선입견과 마주한다. 그 순간에 느끼는 감각은 직관적인 인간의 눈과 카메라 렌즈의 거리만큼의 차이를 통해 미적거리를 확보한다. 이번 전시 주제인 ‘포도’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적 시선(카메라의 눈)은 심미적 효과를 통해 감상의 차원으로 이동한다. 이와 유사하지만 다른 감각적 경험을 확장하는 익숙한 듯 낯선 시지각의 경계에서 저마다의 미적거리를 품은 포도가 핑크색과 초록 그리고 노랑의 빛 그림자를 품고 ‘미적 거리’를 통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번전시작에 대한 작가의 말이다. “아날로그 방식을 통한 극사실주의 사진을 추구하고, 전통적인 아날로그 사진 기법을 통해 대상을 근접 촬영하고 대형 프린트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는 오브제의 물질성과 본질, 질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관찰자에게 사물과의 거리감과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초·충·도에서 피망, 브로콜리, 아보카도, 포도 등 식물과 곤충을 배경 없이 흑백으로 촬영해, 형태 그 자체에 집중하게 했다면, 이번 작업은 대상의 물질적 존재감과 실존성을 포착하기 위한 것으로 포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풍요, 생명, 번영의 상징으로 해석돼 왔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의미와 시각적 아름다움의 결합을 시도했다.”(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