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명, 황인모 사진전

고려명, 황인모 사진전

고려명 황인모 사진작가 2인전

탐探-포도∙돌

2009. 9. 9 - 9. 27

전시전경, 아트스페이스펄 2025

탐-고려명의 포도

고려명은 2017년 아트스페이스펄 청년작가 초대전에서 ‘초·충·도(草·蟲·圖)’ 를 주제로 개인전을 했었다. 당시의 사진 주제는 피망과 브로콜리, 잠자리와 애벌레 등 식물과 곤충 피사체를 대형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전시였다. 이시기의 사진은 피사체의 색을 배제한 흑백 필름으로 확대 재해석(마치 손으로 그린 드로잉과 유사한 느낌)한 빛으로 그린 그림(흑백사진)만으로 전시되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한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사진작가 2인전(탐探-고려명/포도, 황인모/돌)을 주제로 전시한다. 고려명의 이전 사진에서 대형 흑백작업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의 본질 보다 대상이 가진 형과 표면이 가진 질감의 변화를 통해 시·지각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고려명_podo20240904, 100x200cm, 피그먼트프린트, 2024
고려명, podo20240831, 100x200cm, 피그먼트프린트, 2024

전시작 중 확대된 흑백 포도사진의 경우는 마치 태양계의 행성표면 이미지를 투영한 것 같다. 그것은 실제의 포도지만 성인 사람만큼 크게 확대된 포도와 마주할 때 느끼는 인간의 눈은 보는 눈과 보여 지는 대상의 관계 인식에 따른 ‘실제와 허구’에 대한 선입견과 마주한다. 그 순간에 느끼는 감각은 직관적인 인간의 눈과 카메라 렌즈의 거리만큼의 차이를 통해 미적거리를 확보한다. 이번 전시 주제인 ‘포도’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적 시선(카메라의 눈)은 심미적 효과를 통해 감상의 차원으로 이동한다. 이와 유사하지만 다른 감각적 경험을 확장하는 익숙한 듯 낯선 시지각의 경계에서 저마다의 미적거리를 품은 포도가 핑크색과 초록 그리고 노랑의 빛 그림자를 품고 ‘미적 거리’를 통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번전시작에 대한 작가의 말이다. “아날로그 방식을 통한 극사실주의 사진을 추구하고, 전통적인 아날로그 사진 기법을 통해 대상을 근접 촬영하고 대형 프린트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는 오브제의 물질성과 본질, 질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관찰자에게 사물과의 거리감과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초·충·도에서 피망, 브로콜리, 아보카도, 포도 등 식물과 곤충을 배경 없이 흑백으로 촬영해, 형태 그 자체에 집중하게 했다면, 이번 작업은 대상의 물질적 존재감과 실존성을 포착하기 위한 것으로 포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풍요, 생명, 번영의 상징으로 해석돼 왔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의미와 시각적 아름다움의 결합을 시도했다.”(작가노트)

고려명, podo20230924, 100x100cm, 피그먼트프린트, 2023
고려명, podo20210717, 100x100cm, 피그먼트프린트, 2021

이렇듯 고려명의 이번 전시작에는 ‘포도’라는 피사체에 형식과 감각적 미를 통해 순수한 시각적 효과에 집중한다. 냉동된 포도의 표면을 통해 검은색 포도에 황금알을 품은 포도가 주는 인상은 자연과 인간, 전체와 부분 간의 차이 속에서 심미적인 효과를 만든다. 이러한 효과가 가능한 것은 포도가 가진 온도와 색의 변화를 통해 온전히 한 송이 포도가 가진 형과 그 형이 주는 색과 질감이 가진 미적 형상에 집중하는 작가적 시선에 있다.

프랑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고려명 작가는 사진을 통해 포도의 물질성과 형태를 극사실로 확대한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포도’라는 익숙한 대상, 사진적 오브제를 통해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지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익숙한 이미지의 세밀한 부분을 극대화함으로써 익숙한 대상에 심미적 경험을 제안한다.

(글/김옥렬)

전시전경, 아트스페이스펄 2025

탐-황인모의 돌

황인모, 전시전경, 아트스페이스펄 2025

이번에 전시하는 황인모 사진의 주제는 유년시절 놀이터였던 포항일월동 해변에서 발견한 돌과 설화(연오랑 세오녀)에 관한 것이다. 작가의 이번전시 주제인 ‘돌의 정면’은 돌이 품은 유년시절의 기억과 전설을 품은 ‘돌의 얼굴’이다. 작가의 발길 따라 포항일월동 설화(연오랑 세오녀)를 품은 곳으로 향했다. 이곳은 황인모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이 기억의 장소는 영겁의 시간을 품은 설화 ‘연오랑 세오녀’가 탄생한 장소이자 황인모의 어린 시절 놀이터였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돌’에 대한 이해를 위해 포항 일월동 해변을 걸으며 ‘돌의 정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도가 지나가자 주먹크기만한 돌이 반짝 얼굴을 드러낸다. 증명사진을 찍을 때 얼굴이 중심이듯, 황인모의 이번 전시 ‘돌의 정면’은 파도와 돌 그리고 모래가 만든 돌의 표정이 곧 얼굴이다. 이곳 돌의 표면질감과 표정을 담기위해 작가는 필름작업을 하면서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돌의 정면을 본다.

황인모, 일월 바위1_35.991944, 129.444722
황인모, 일월 바위2_35.991883, 129.444984

‘연오랑 세오녀’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설화다. 이 설화는 2세기 무렵 신라의 동해 바닷가에 살던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렸지만, 왕비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낸 후 다시 빛을 되찾았다고 전해오는 이야기다. 포항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일만에 연오랑 세오녀를 주제로 공원을 만들었다.

전설이 담긴 일원동 바닷가 바위의 흔적은 바닷물이 높아지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바위 꼭대기는 갈매기 자리가 되었다. 이 바위와 가까운 해변의 모래위에 작은 돌멩이는 마치 바위의 분신처럼 바닷가에 흩어져 있다. 작가는 여기서 ‘세오녀’를 만나기 위한 마음의 주문처럼 바위를 바라보고, 영겁의 시간을 품은 흔적인 ‘돌의 정면’을 발견한다. 그리고 돌의 얼굴을 증명사진처럼 촬영하는 것은 ‘옛날 옛적 설화와 어린 시절 그리고 현재의 자신’을 연결시키는 하나의 고리이자 동시에 작가의 얼굴이다.

작가는 “옛날이야기와 내가 놀던 바다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장소와 시간을 연결하는 어떤 주문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황인모의 ‘돌의 정면’은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 옛이야기와 어린 시절의 놀이터였던 바다 그리고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동시에 연결되는 곳, 바로 ‘돌의 정면’이자, 어린 시절 기억 속 얼굴이다. 황인모에게 이것은 ‘타임캡슐’ 같은 기억의 돌멩이였다고 한다.

 

돌의 크기는 어린이주먹에서 어른주먹정도 크기를 기준으로 선택했다. 작가에게 이 기준은 “아주 먼 ‘옛날시간’에서부터 30∼40년 전 ‘어린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가 투영된 연결고리”라고 한다. 이렇듯 바다에서 뛰어 놀며 성장기에 들었던 설화에 대한 작가적 상상은 작은 돌 하나하나의 정면은 곧 돌의 얼굴이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탄생한 황인모의 ‘돌의 정면’은 일원동의 파도가 조각하고 어린 시절 기억이 빚은 돌의 존재감이다.

 

(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대표)

전시전경, 아트스페이스펄 2025
황인모, 일월바다, 80x60cm, 2025
황인모, 일월바다, 80x60cm,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