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Young Project :
2010. 8. 11 wed ~ 8. 25 wed
강현지 Marc Dittrich 이충국 정규옥
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 펄의 신진작가육성프로젝트 「자아를 보는 몇 가지 방법-The Wall」은 네 명의 작가 강현지(Kang, Hyun-ji ), 마르크 디트리히(Marc Dittrich), 이충국(Lee, Choung-guk), 정규옥(Jeong, Gyu-ok), 이렇게 네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신진작가육성프로젝트인 영프로의 목표는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확장에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확장이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창작은 개인이 사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적 발현을 시각이미지를 통해 구현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각적 이미지는 구현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변화를 거친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은 사진이거나 페인팅 혹은 설치 등 재료에 따른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장르에 투영된 시각이미지는 삶의 폭과 깊이만큼이나 다양한 결과 무게를 가지고 소통된다. 이러한 무게가 갖는 개별적 특성을 작가와 작가 그리고 작가와 큐레이터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하드웨어 마인드에서 소프트웨어 마인드로 확장해 가는 방식, 즉 어떤 공간이나 틀의 범주를 깨고 소통을 통해 확장해 가려는 시도가 신진작가 육성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다. 이를테면, 단체와 단체가 아닌, 개인과 개인의 소통을 통한 확장방식을 개별 워크숍과 일대일 크리틱 그리고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한정된 사고나 자신도 모르게 닫힌 벽을 뚫고 세계와의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F.Nietzsche)는 ‘껍질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고 했다. 미술이 여러 가지 입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시각적 비전이 보다 확장된 사고 속에서 구현된 창작일 때 가능할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과 재료를 통해서도 동시대를 사는 창작의 시선은 공통의 감성이 통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공통의 감성이 가지는 확고한 비전은 바로 자기 자신, 즉 자아에 대한 성찰의 깊이만큼, 타자 역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창작은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에너지가 타자를 향해 발현되는 나 자신, 이를테면 타자가 투영된 자아, 즉 자아와 타자가 만나는 접점일 것이다. 바로 이지점이 동시대의 공통의 감각이 만나는 곳이며 벽을 뚫고 소통이 확장되는 길일 것이다.
2010년 아트스페이스펄의 영프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강현지는 세 개의 비디오 작업을 보여주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summer, video 2분 4초, sound, 2010)와 (엄마의 부엌, video 1분 58초, sound, 2010)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 올 때 마다 캠코더에 담아 놓았던 타국생활의 풍경과 가족들과 함께한 친숙한 소리를 오버랩시켜 놓았다. 그리고 (옛날이야기, video 4분 11초, sound, 2010)는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작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그려, 지금은 알츠하이머증상을 보이시는 할머니께 다시 보여드려 점점 잃어가는 기억을 회생시키려는 시도를 영상작업으로 시도했다.
독일에 유학해 졸업하고 박물관 일을 하면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이충국은 나비와 여성의 몸이 결합된 이미지를 박제된 모습으로 마치 쇼 윈도우에 갇힌 것처럼, 액자 속에 나비와 여성의 몸을 결합해 수집품처럼 진열해 놓았다. 수집 혹은 포획된 화려한 나비의 모습과 아름다운 여성의 몸으로 결합된 전리품들은 나란히 박제된 틀 속에서 조차 마치 아름다운 외형에 심취한 듯, 채집된 요정이 되어 전시판에 꽂혀 쇼 윈도우 속에서 수동적 타자로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외모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회에서 인간의 몸은 보석이나 장신구처럼 전리품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통념들이 여성들로 하여금 성형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규옥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경험하는 개인적인 감성을 캔버스 위에 그려 낸다. 비가 오면 비의 감성으로 눈이 오면 눈에서 느끼는 감성처럼, 수많은 것에 대한, 상상력, 공간, 노동자, 도시, 망각, 사상의 자유, 현실, 진리, 두려움, 기억, 숨결, 폐허 속 박하 향기, 온전히 다른 것이면서 하나인, 소멸, 상실, 밤의 모습, 세상을 향한 사랑, 무관심, 공허, 비합리적인 감정, 권태, 폭식, 덜 구워진 덩어리들, 위로 할 수 없는 망막…등등에 대해 작가가 느끼는 삶의 편린들이 그 자신의 손을 통해 캔버스 위를 한바탕 퍼포먼스처럼 지나가면, 캔버스는 카타르시스의 장이된다.
마르크 디트리히(Marc Dittrich)의 작품은 아파트문화를 바라보는 그 자신의 시각에 관한 것이다. 그가 주시하는 시선은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는 주거문화인 아파트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과연 적합한 곳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낡은 환경 속에 버려진 계단이나 벽돌 등에 아파트 창문을 찍은 사진을 스티커로 만들어 특정한 장소에 부착해서 촬영하거나, 폴라로이드로 아파트의 벽에 난 창문의 이미지를 찍어서 나열한다. 어쩌면 아파트 문화가 갖는 벽 너머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반복적으로 짜여 진 형식과 규격화된 아파트를 통해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의 경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 아닐까.
아트스페이스펄의 신진작가육성프로젝트인 영프로는 사회 문화적 관계 속에서 쌓인 벽을 창작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적동기와 예술적 충동의 에너지로 걷어내,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찾아가는 노정에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창작뿐 아니라, 소통과 감상까지 확장되어 다채널 소통을 열어가는 풀뿌리 미술문화로 새로운 환경을 형성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도하는 작은 실천이다. 한 번의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으로 미술이 소통되는 방식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가 ‘벽 없는 미술’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글/ 김옥렬/Kim, Ok-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