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RO-FO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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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FORMA

2012.11.20tue ~ 12.2sun
NICOLETTA BRAGA,ISABELLA DE MADDALENA,
ALICE GRASSI, JACOPO PRINA, MINO DI V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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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로 Contro는 영어로 against라는 뜻이고, Forma는 form에 해당하는 단어로 형태나 형상뿐만 아니라 양식, 관례 등의 광범위한 의미로 쓰일 수 있다. 또한, 콘트로포르마 Controforma는 조각기법에서 청동 주조 시, 원 조각에 찍어 떠내는 네거티브 틀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 때 이 형태는 조각의 경계를 이루는 공간을 물질화한 모습이 된다. CONTRO-FORMA 展은 이탈리아 밀라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섯 명의 작가 – 니콜레따 브라가, 이사벨라 데 맏달레나, 알리체 그라씨, 야코포 프리나, 미노 디 비타는 콘트로 포르마의 의미를 각기 나름대로 해석한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니콜레따 브라가 Nicoletta Braga는 서양미술사의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이코노그라피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만찬에 여성성을 대입시켜, 검은 피부의 여성 예수가 이끄는 12명의 여성 제자가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2012년 1월 밀라노 에이미 디 갤러리에서 설치와 퍼포먼스 형태로 처음 소개되어 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예수와 12제자를 여성으로 바꿔버린 다소 논란거리가 될만한 시도를 미장센의 심미적인 효과에 적절하게 묻히도록 연출해 몰입감을 높혔던 퍼포먼스로 평가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퍼포먼스의 사진 작품이 선보인다.

이사벨라 데 맏달레나 Isabella De Maddalena는 포토저널리즘적인 형식을 작품에 도입해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집중한다. 런던에서 작업한 Lipsticks & Babies – Teenage Pregnancy in South London (립스틱과 바비인형 – 런던 남부의 청소년 임신) 은 제목 그대로 런던의 한 지역의 미성년 미혼모의 모습을 담은 시리즈이고 Name. Mohamed. Nationality. Italian (이름: 모하메드. 국적:이탈리아)은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출산이 다수 이뤄지고 있는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모은 장면들이다. 런던과 밀라노라는 두 도시에서 사회적 이방인으로 소외되어 살아가는 두 가지 형태의 집단에 대한 이야기 이다.

브라가와 데 맏달레나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를 시각적으로 작업해 냈다면 반면에 알리체 그라씨와 야코포 프리나는 현대 문명과 대립하는 구조 속에 있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문명의 상징적인 질료인 콘크리트 벽이 무겁게 자리잡은 사이로 자라나는 잡초의 모습을 담은 알리체 그라씨 Alice Grassi의 사진에는 서로 다른 성질과 운명을 가진 콘크리트 벽과 그 틈을 뚫고 나오려는 자연의 긴장감이 가득하다.

야코포 프리나 Jacopo Prina 는 콘크리트 벽을 근간으로 세워진 빌딩 숲 도시를 찍은 사진에 도시의 그림자가 연상되는 기하학적인 그래픽 마스크를 사진에 콜라주처럼 덧씌웠다.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한 사람. 그래픽 마스크가 삽입되는 순간 도시의 풍경은 2차원적으로 변하고 그 마스크는 까마득하게 작아보이는 그 사람을 들여다 보려는 창문이 되어 아무도 아니던 그 무명의 존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 한다.

마지막으로 미노 디 비타 Mino di Vita 는 베니스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래와 그 사이를 채우는 공간과의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해 냈다. 시인 네루다가 옷에게 바치는 송가에서 허영과 사랑, 희망, 육체로 채워지는 옷을 묘사하듯 미노 디 비타의 줄에 걸린 빈 껍질인 빨래들은 바람을 한껏 부풀려져 옷 주인들의 존재감을 전해주고 있다.

(스튜디오아까 / 아트스페이스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