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은 영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이후 독일 브라운슈바익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템페라(tempera)가 주는 재료에 매료되었다. 템페라로 그리는 작가의 회화는 자신의 삶에서 보고 느끼는 심미적 사색과 기도가 담겨진다. 그림으로 그리는 기도는 몸과 마음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운 풍경이다. 그 풍경은 삶의 빛을 품은 형과 색으로 빚은 시각적 명상이다. 이 회화적 명상은 주제나 색채 그리고 템페라로 그린 표면의 촉각성과 인물의 형상성이 구도자를 떠올리게 한다.
신기운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슬레이드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나는 그라인더로 갈아서 하는 작업이 많다.” 작가의 이 말에는 가상이 아닌, 실재하는 어떤 물질을 간다는 것,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성을 전제한다. 특정한 물건을 그라인더(grinder)로 갈고 또 가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미지, 해가 뜨고 구름이 흘러가고 새벽 그리고 낮과 밤이 변화하는 자연과 도시의 시간, 그 흐름을 영상으로 포착하는 시간의 조각가인 작가는 물질을 통해 비물질화의 조각을 시도한다.
안시형의 ‘사연-오브제’는 삶의 흔적이 담긴 기성품(ready made)에 텍스트를 접목시킨 작품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대량생산된 사물들, 낡아서 버려지거나 사연이 담겼을 법한 사물을 긴 시간 관찰하고 사색하고 상상하면서 그 사물과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 사물의 표정을 읽고 글을 쓰면 하나의 오브제는 짧은 글과 한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것은 사물의 소리를 듣고, 쓰고 또 그 사물에 이름을 붙인 안시형의 ‘사연-오브제’, 사물에 가 닿는 작가의 마음이 그린 시가 된다.
장우진은 미국 메릴랜드 미술대학(MICA) 석사, 서울대 미술학 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디지털아트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울산 레지던시에 입주하여 산업화 과정에서 변화된 도시풍경, 일명 ‘도시주름’을 카메라에 담아 디지털 콜라주로 ‘재-배치’하는 디지털 사진영상작업을 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관계 맺기’, 주름진 시간의 교차를 통한 ‘접촉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풍경의 재배치를 통한 디지털 콜라주, 장우진의 시선이 가 닿는 도시의 주름이다.
차규선은 계명대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실험을 통해 차규선의 ‘풍경’을 시도한다. 분청사기 기법을 캔버스에 담아낸 풍경, 흙과 물감을 이용한 매화 시리즈 그리고 최근 풍경의 그리기보다 물성실험을 통한 추상기법의 풍경과 꽃 시리즈는 자연의 풍경을 번안한 맛과 멋을 품은 회화다. 차규선 풍경의 맛과 멋, 그 물성과 이미지 사이를 보는 시선이 가 닿는 곳은 형도 색도 서로를 비우고 채우는 과정에서 발하는 미적 정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