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정 개인전 LAYER ; YELLOW7 BLACK3

권효정 개인전 LAYER ; YELLOW7 BLACK3

KWON HYO JUNG

LAYER ; Yellow7 Black3

2022. 10. 12 – 10. 30

권효정은 경북대학교(서양화전공) 졸업 후 5~6년간 실내와 야외에서 장소 특정적 대형 설치작업으로 눈에 띄는 활동을 해왔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위해 다양한 재료와 설치에 필요한 시스템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특허를 받기도 했다. 권효정은 주어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을 부지런히 찾아 완성하듯 스스로를 성장시켜 가고 있는 작가다.

그동안 참여한 전시에서 설치작가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작업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 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시각예술가(청년작가) 공모에 선정되어 전시했던 “주마등”도 그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전시작이었던 “주마등”은 문화예술회관의 높은 천고와 넓은 전시 공간에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는 대형설치였다.

exhibition view in art space purl
Layer/d22-02_ohp film, oil stick_21x29.7cm_2022

권효정의 “주마등”은 작가의 삶의 장소에서 수집한 풍경들을 투명한 OHP필름에 검정색 드로잉 풍경과 반투명한 천의 겹(Layer), 그 안에서 비추는 조명 빛으로 밖에서 보는 것은 그림자 풍경이 되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 풍경은 하루, 한 달 그리고 일 년으로 그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의 같지만 다른 풍경 드로잉을 통해 실존의 그림자가 주마등처럼 반복 순환하는 설치작업이다.

이번 아트스페이스펄의 개인전은 입체설치가 아닌 평면회화다. 페인팅을 전공한 작가의 첫 회화전시인 셈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삶의 풍경을 배경으로 수 백점(A4크기의 OHP필름)의 드로잉을 했던 것을 토대로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문’에 ‘자답’을 찾는 전시이기도 하다.

Layer : Yellow7, Black3”는 회화 중심의 개인전에 대한 주제어다. 그것은 크거나 작은 또 아주 작기도 한 캔버스의 크기 그리고 노랑과 검정색의 비율, 특히 “주마등”의 드로잉이 회화로 재탄생하는 것의 창작과정에 대한 겹(layer)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권효정의 이번 전시는 2차원의 평면인 사각의 틀 위에서 붓과 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exhibition view in art space purl
Layer/p22-03_acrylic color on canvas_80.3x100cm_2022
. Layer/p22-06_acrylic color on canvas_22x27.3cm_2022

“노랑과 검정 물감 5L를 각 한 통씩 샀고 하루하루 고민의 순간들, 흘러가는 삶 속 눈에 아른거렸던 혹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미지들을 그렸다. 검정과 노랑 물감을 중첩해서 쌓아보거나, 캔버스 위에서 두 가지 색을 섞어가며 즉흥적이면서도 빠른 터치로 화면을 채워나갔다. 망설임이 몰려올 때는 물감의 두께로 표면을 무겁게 쌓아 올리거나 붓을 놓고 주걱이나 손으로 화면 위를 긋거나 문지르기도 했다. 이번 회화는 2018년부터 제작해 왔던 ‘주마등 연작’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이 연작의 기본 요소가 되었던 일상을 기록한 드로잉과 설치형식에서 빛과 그림자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검은색을 사용하는 것이다.”(작가노트)

SWITCH_mixed media_50x15x42cm_2022
Layer/p22-04_acrylic color on canvas_112.1x145.5cm_2022
Layer/d22-s04_ acrylic color on canvas_ variable installation_2022

권효정의 이번전시에서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재료와 기법을 통해 캔버스가 가진 사각의 틀이라고 하는 경계에 대한 회화적 탐구방식에 있다. 그것은 크고 작은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에 붓과 손을 통해 촉각적인 ‘겹(Layer)’이 2차원과 3차원, 그 사이에서 착시를 배제한 ‘평면회화’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권효정의 이번 전시가 그 자신에게는 ‘망설임의 순간이었지만 확신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 내가 머물러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고민하고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또 다른 창작의 가능성”앞에 서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작 중의 하나인 ‘Switch’는 그동안 해 왔던 대형설치작업에서 앞으로 보다 집중해 나갈 회화의 경계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의 의미는 아크릴물감의 농도를 위한 물과 유화물감에서의 기름(oil)이라는 물성의 차이를 극대화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권효정의 첫 평면회화 전에서 노란색과 검정색의 물(物)의 특성을 보여주는 회화적 오브제로 입체 설치와 평면회화 간의 관계 설정이 담겨있다.

그것은 물과 기름에 색을 첨가해 투명아크릴 박스에 담아 놓고 외부의 힘이 가해져 서로 섞여서 하나가 되었다가 외부의 힘이 사라지면 본래의 색을 찾는 것,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중동, 평면이지만 입체고, 고요하지만 용암처럼 들끓어 섞였다가 다시 분리되어 물과 기름이라는 특질로 회귀하는 정중동의 과정이 담긴 노랑과 검정의 존재감이다.

 

Text : 김옥렬(Okreal Kim, 현대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