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NG WOONHAK

CHUNG WOONHAK

정운학 개인전

숲속의 나무와 빛

2026. 7. 21 - 7. 31 / 아트스페이스펄

정운학 개인전시 전경
  1. 입체 설치 쉼과 파도

정운학은 국내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서 유학(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미술학교 슈테델슐레 졸업, 마이스터슐러)’을 했다. 이후 미술 현장에서 회화 입체 미디어 설치 등 장르 확장을 통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번 아트스페이스펄에 전시되는 작품은 <숲속의 나무와 빛>을 주제로 한 회화작품 20점, <쉼> 입체(4점) 작품 그리고 <파도>를 전시한다.

 

작가의 <쉼 Pause, 2008> 연작 네 점은 옷이 상징하는 인간의 신체, 그 신체의 그림자, 옷을 통해 신체를 전제한 부재의 입체 작업이다. 이 작품은 ‘존재와 부재’라는 설정 속에서 비어 있는 공간은 실존의 그림자, 경험과 상상 사이, 지나간 시간(과거)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미래)이자 사유의 공간이다. 이 옷은 실체는 없지만, 실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흔적’(데리다)을 통해 부재를 재구성하는 작업이자 존재감 너머 주관적 감각에 의한 기억, 전제된 실존(사르트르)이다. 이렇듯 정운학의 <쉼, Pause>은 단순히 ‘비어 있음(Emptiness)’이 아닌, 저마다의 눈과 마음이 통하는 실존의 그림자다.

 

쉼 pause, 2008

정운학의 <파도 Waves>는 주름을 통해 빛의 효과를 담아냈다. 이 작업은 PC(폴리카보네이트)에 LED 조명으로 빛을 발하는 가변 설치다. 이는 물질과 비물질, 고정성과 유동성의 경계를 물성과 빛의 효과를 통한 시각화다. <파도>는 단단하고 견고한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성형의 과정을 거쳐 유연하고 부드러운 유기적 형태로 표현했다. 구겨진 주름에 은은한 빛이 흐르는 듯, 작가의 손을 거쳐 역동적인 풍경 에너지로 변신했다. 푸른빛의 효과는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빛으로 확산한다. 이 빛은 단단한 표면(PC)을 통과해 굴절되고 물성 너머 에너지(빛)를 발한다. 나아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무는 표면의 주름으로 공명하는 <파도 Waves>는 PC의 표면이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 및 외부의 공간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주름을 통해 흐르는 시간과 멈추지 않는 자연의 운동성을 고정된 조각 안에 생성하는 빛 에너지로 포착했다.

파도 waves, 혼합재료, 2020
  1. 회화 추상 풍경, 숲속 나무와 빛

정운학의 이번 전시 <숲속의 나무와 빛>은 주제 의식과 회화작품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신작 회화 20점은 작가가 숲속에서 보았던 나무와 빛을 추상화한 그림이다. 그것은 숲속에서 마주한 나무와 빛의 찰나에 대한 시적인 표현으로 여러 선이 교차하며 빗금처럼 쏟아지는 간결한 빛이다. 캔버스 위에 나무와 빛을 그리는 작가의 붓은 선과 선, 색과 색이 교차하는 선율로 빛과 공기가 되고, 숲의 나무는 캔버스 위에서 간결한 선의 교차로 생의 리듬인 듯 각각의 존재감이다. 선과 선이 겹치고 그 위를 빠르게 통과하는 빗금은 찰나의 빛이 된다. 이렇듯 <숲속의 나무와 빛>은 정운학의 캔버스 위에서 붓길 따라 선이 나무가 되고, 그 사이 빗금은 보고 감각하는 물리적 파동으로 시각화한다. 나무는 선이 되고 빛은 빗금이 되어 생기를 부여한 정운학의 추상 풍경은 형의 해체를 통한 본질적인 에너지와 감각에 집중했다. 따라서 자연의 리듬과 파동은 나무(선)와 빛(빗금)의 간결한 표현으로 에너지가 된다. 특히, 작품 속 빗금은 시각적 파동을 통한 ‘지각의 현상’(Merleau Ponty)으로 선과 빛의 교차를 단지 보는 것뿐 아니라, 감각적 경험으로 생기를 공유한다.

<숲속의 나무와 빛>은 숲을 회화의 최소 단위인 ‘선(線)’으로 환원하려는 작가의 순수 추상을 위한 시도다. 나무는 선이 되고, 빛은 빗금으로 숲의 정령이 된다. 작가는 나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대신, 선들의 교차인 수평과 수직 그리고 사선으로 교차되는 중첩은 숲이 가진 무한한 밀도와 생명력을 상징한다. 이 선들의 층위가 나무라면, 그 사이 나무를 비추는 세로 빗금은 빛일 것이다. ‘나무’와 ‘빛’을 선으로 추상화한 이번 전시는 숲속의 나무와 빛의 시각적 구현이다.

정운학의 ‘나무와 빛’은 숲에 대한 회화의 시적 승화, 선적 교차 속에서 수직의 빗금들이 조우 한다. 정운학의 이번 전시는 ‘나무’와 ‘빛’의 상징성과 회화적 의미를 넘어선 감성적 인식의 선적 구현일 것이다.

김옥렬(미술평론, 아트리뷰카이 편집장)

숲Forest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26
숲Forest,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26
숲Forest, 72.7x60.6cm, acrylic on canvas, 2026
untitled, variable size, installation,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