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화 – 추상 풍경, 숲속 나무와 빛
정운학의 이번 전시 <숲속의 나무와 빛>은 주제 의식과 회화작품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신작 회화 20점은 작가가 숲속에서 보았던 나무와 빛을 추상화한 그림이다. 그것은 숲속에서 마주한 나무와 빛의 찰나에 대한 시적인 표현으로 여러 선이 교차하며 빗금처럼 쏟아지는 간결한 빛이다. 캔버스 위에 나무와 빛을 그리는 작가의 붓은 선과 선, 색과 색이 교차하는 선율로 빛과 공기가 되고, 숲의 나무는 캔버스 위에서 간결한 선의 교차로 생의 리듬인 듯 각각의 존재감이다. 선과 선이 겹치고 그 위를 빠르게 통과하는 빗금은 찰나의 빛이 된다. 이렇듯 <숲속의 나무와 빛>은 정운학의 캔버스 위에서 붓길 따라 선이 나무가 되고, 그 사이 빗금은 보고 감각하는 물리적 파동으로 시각화한다. 나무는 선이 되고 빛은 빗금이 되어 생기를 부여한 정운학의 추상 풍경은 형의 해체를 통한 본질적인 에너지와 감각에 집중했다. 따라서 자연의 리듬과 파동은 나무(선)와 빛(빗금)의 간결한 표현으로 에너지가 된다. 특히, 작품 속 빗금은 시각적 파동을 통한 ‘지각의 현상’(Merleau Ponty)으로 선과 빛의 교차를 단지 보는 것뿐 아니라, 감각적 경험으로 생기를 공유한다.
<숲속의 나무와 빛>은 숲을 회화의 최소 단위인 ‘선(線)’으로 환원하려는 작가의 순수 추상을 위한 시도다. 나무는 선이 되고, 빛은 빗금으로 숲의 정령이 된다. 작가는 나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대신, 선들의 교차인 수평과 수직 그리고 사선으로 교차되는 중첩은 숲이 가진 무한한 밀도와 생명력을 상징한다. 이 선들의 층위가 나무라면, 그 사이 나무를 비추는 세로 빗금은 빛일 것이다. ‘나무’와 ‘빛’을 선으로 추상화한 이번 전시는 숲속의 나무와 빛의 시각적 구현이다.
정운학의 ‘나무와 빛’은 숲에 대한 회화의 시적 승화, 선적 교차 속에서 수직의 빗금들이 조우 한다. 정운학의 이번 전시는 ‘나무’와 ‘빛’의 상징성과 회화적 의미를 넘어선 감성적 인식의 선적 구현일 것이다.
김옥렬(미술평론, 아트리뷰카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