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김영환의 ‘풍경’은 바로 이 충동너머 문화적 시선이 가닿는 풍경의 응시, 일명 ‘조용한 풍경’ 오브제 아(Objet petit a)다. 여기서 응시란, 죽음이 화려한 나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장자가 나비 꿈을 꾸고 깨었을 때,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는 것인가에 대한 반문처럼, 나비는 장자가 되고 싶고 갖고 싶은 ‘오브제 아’다. 우리를 살게 하는 욕망의 대상은 바로 응시에 의해 태어난 상이다. 제우시스와 패러시오스의 그림내기에서도 새가 포도나무에 날아와 앉는 것은 새를 유혹하는 그림 속의 매력(lure) 때문이다. 장자와 나비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인 것처럼, 김영환의 “조용한 풍경”은 장자가 꾸는 꿈이다.(문학비평용어사전 참조)
김영환의 시선이 가 닿는 곳, 그곳은 조용한 풍경과 마주하고 있는 시선이고, 조용한 풍경과 마주한 시선은 조용한 풍경이 응시하는 곳이다. 응시하는 곳과 마주한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시각적 명상’이 이루어지는 장소(몸)가 된다. 이 장소는 그림 안의 눈과 그림 밖의 눈이 만나 마음의 불이 켜지는 순간 ‘시각적 명상’을 통해 마음의 눈을 뜨는 몸의 사유, 앞서 예를 든 ‘나비의 꿈’을 꾸는 몸이다.
김영환의 개인전의 주제인 “조용한 풍경-하모니”에서 명상적인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는 사람, 집, 나무, 새, 구름, 해와 달이 등장한다. 이 구성요소는 그간의 “조용한 풍경”을 통해 꾸준히 보여준 주제이기도 하다. 이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에서 한발 더 다가서서 시지각적 감각의 문을 열고 들어 갈 수 있는 열쇠가 필요하다. 그 열쇠는 그림 앞에서 그림을 통해 나를 응시하는 것이다.(김옥렬 : 현대미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