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개인전 : 조용한 풍경-하모니

김영환 개인전 : 조용한 풍경-하모니

Kim Young Hwan

LANDSCAPE - HARMONY

OCTOBER 5 – 24, 2021 / ART SPACE PURL

조용한 풍경, 137.5×114.5cm, Tempera on Canvas, 2021

조용한 풍경, 108x98cm, Tempera on Canvas, 1994~2021

조용한 풍경, 100x80cm, Tempera on Canvas, 1995~2021

김영환의 조용한 풍경, ‘시각적 명상’

이번 아트스페이스펄에서 보여주는 김영환이 그리는 회화는 그 자신의 삶에서 보고 느끼는 심미적 사색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몸과 마음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하모니를 위한 조화로운 풍경이다. 그 풍경은 가을빛을 품고 형과 색으로 빚은 시각적 명상이다.

시각적 명상이 담긴 김영환의 조용한 풍경은 템페라(tempera)를 재료 한다. ‘혼합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템페라레(Temperare)’에서 유래한 템페라는 자연에서 추출한 색채가루를 물감처럼 사용하기 위해 기름이나 꿀 혹은 달걀을 용매로 사용한다. 이 재료로 그린 김영환의 “조용한 풍경”의 표면은 유화보다 빛의 반사나 굴절이 적어 빛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재료의 특성이 작가의 기질과 조화를 이루기에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템페라로 그만의 풍경을 그린다. 

무엇보다 김영환이 보고 감각하는 ‘풍경’은 눈에 보이는 것을 마음으로 품어 자연에서 추출한 물감으로 캔버스의 표면을 붓으로 응시한다. ‘응시(Gaze)’는 프랑스 철학자인 라깡(Jacques Lacan)이 말한 상징계(symbolic)로 진입한 죽음충동, 이 충동은 현실 속에서 파편화되어 욕망의 대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삶의 충동이다. 이 충동은 부분충동(partial drive)이 되어 욕망의 대상(a)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충동은 “물위에 뜬 깡통도 우리를 보고 있다”는 그의 유명한 말에서처럼, 재현의 이미지는 ‘바라봄’과 ‘보여 짐’이 만나는 지점, 시각적 영역에서 생기는 응시인 것이다.

조용한 풍경, 162x112cm, Tempera on Canvas, 2007

조용한 풍경, 91x117cm,(x3) Tempera on Canvas, 2019 

조용한 풍경, 90x60cm, Tempera on Canvas, 2021

이처럼 김영환의 ‘풍경’은 바로 이 충동너머 문화적 시선이 가닿는 풍경의 응시, 일명 ‘조용한 풍경’ 오브제 아(Objet petit a)다. 여기서 응시란, 죽음이 화려한 나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장자가 나비 꿈을 꾸고 깨었을 때,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는 것인가에 대한 반문처럼, 나비는 장자가 되고 싶고 갖고 싶은 ‘오브제 아’다. 우리를 살게 하는 욕망의 대상은 바로 응시에 의해 태어난 상이다. 제우시스와 패러시오스의 그림내기에서도 새가 포도나무에 날아와 앉는 것은 새를 유혹하는 그림 속의 매력(lure) 때문이다. 장자와 나비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인 것처럼, 김영환의 “조용한 풍경”은 장자가 꾸는 꿈이다.(문학비평용어사전 참조)

김영환의 시선이 가 닿는 곳, 그곳은 조용한 풍경과 마주하고 있는 시선이고, 조용한 풍경과 마주한 시선은 조용한 풍경이 응시하는 곳이다. 응시하는 곳과 마주한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시각적 명상’이 이루어지는 장소(몸)가 된다. 이 장소는 그림 안의 눈과 그림 밖의 눈이 만나 마음의 불이 켜지는 순간 ‘시각적 명상’을 통해 마음의 눈을 뜨는 몸의 사유, 앞서 예를 든 ‘나비의 꿈’을 꾸는 몸이다.

김영환의 개인전의 주제인 “조용한 풍경-하모니”에서 명상적인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는 사람, 집, 나무, 새, 구름, 해와 달이 등장한다. 이 구성요소는 그간의 “조용한 풍경”을 통해 꾸준히 보여준 주제이기도 하다. 이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에서 한발 더 다가서서 시지각적 감각의 문을 열고 들어 갈 수 있는 열쇠가 필요하다. 그 열쇠는 그림 앞에서 그림을 통해 나를 응시하는 것이다.(김옥렬 :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아트스페이스펄 전시풍경,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