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 KIWOUN : OBJECTIFY

SHIN KIWOUN : OBJECTIFY

신기운 개인전

객관화 하기

2025. 5. 15 - 5. 31 / 아트스페이스펄

전시전경 Exhibition view 2025

정직한 회화, 객관화(objectify)하기

글/ 김옥렬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철학적이고 신비스러운 사변을 통해 모든 형태의 특성을 연구하는 일이다.
더구나 화가는 그가 상상하고 있었던 관념이나 착상을 소묘를 통해 가시적인 형태로 환원시켜 보여 주어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신기운의 이번 전시는 ‘정직한 회화’를 위한 ‘객관화하기’다. 그것은 ‘형상을 이루는 오브제의 뼈대, 즉 구조적인 모습을 어떻게 드러내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형과 색과 선을 통한 ‘객관화(objectify)하기’다. 이전 전시 ‘정직한 탐구생활’에서 ‘객관화(objectify)하기’로의 변화는 개인과 공동체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한다.

이번전시는 ‘신기운의 탐구생활’을 지나 새롭게 발견하는 것, ‘정직한 회화’로의 재해석 혹은 ‘객관화하기’로의 이행이다. 그것은 다빈치의 과학적 탐구와 예술적 천재성이 오백년의 세월 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신기운의 교감방식이다. 다빈치에 있어서 화화의 확실성은 여러 가지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모든 감각기관 중 가장 쉽게 속는 눈, 둘째는 실체의 척도에 따라 판단을 검증해야 하는 것, 셋째는 기하학의 원리에 근거하는 것이다.

이렇듯 ‘회화는 일종의 과학인만큼 그 제작과정을 각 단계마다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검증받는 것의 필요성’을 역설한 다빈치, 회화가 자연의 어떤 부분을 재현하는 구체적인 산물이라는 다빈치의 견해는 학문적인 바탕 없이 작업에만 힘을 쏟는 사람들은 나침판 없이 바다로 나가는 선원에 비유한다.

아톰 입체, 25x39x100cm, 3D프린트에 아크릴, 화이트펜, 2025
애니메이션 설계 장면에서_정면, 91x116cm, 캔버스에 아크릴, 펜, 2018

신기운의 이번전시 ‘객관화하기’는 이전에 시도했던 ‘탐구생활’과 연결고리를 전제한 ‘객관화하기’이자 입체와 평면의 관계 인식에 대한 시지각적 차이와 변화가 자리한다. ‘회화가 일종의 과학’이라는 전제에서 이번전시의 ‘객관화하기’는 이전과 이후의 순차적 이행과정을 담고 있다. 그것은 만화 캐릭터인 아톰과 과학기술이 집약된 비행기 그리고 에너지를 압축한 무기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후 청색 위에 투영된 그림자의 실체인 전개도를 통한 ‘재-객관화’다.

전시의 주인공은 아톰 캐릭터와 음속 비행기, 유학시절 살았던 아파트 등의 입체모형들이다. 삶과 과학적 상징성을 가진 모형에 울트라마린의 색을 입히고 나면 흰색 선의 뼈대(blueprint)를 그린다. 이 모형에 명도는 낮고 채도가 높은 청사진(blueprint)의 블루, 울트라마린(시대불문 고가의 색)에 흰색의 선적 릴리프(relief, 조각에서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을 도드라지게 새기는 것) 드로잉으로 뼈 – 있는 – ’전개도(Detail drawing)를 그린다. 이 선적인 회화의 ‘객관화하기’란 바로 신기운의 작가적 비전이 담긴 ‘정직한 회화’가 된다.

신기운의 회화적 조각은 수소 비행선(1902년에 뉴욕에서 폭발), 2006년도에 활주로에 떨어진 조각 하나로 폭발한 콩코드, 기술 발전의 상징인 민간 항공기의 발전을 조각이나 그림의 소재로 삼아 과학관련 지식을 불어넣는 창작방식이다. 작가의 이러한 창작 태도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면서 형태를 만들고 관찰하고 또 입체를 위한 평면설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시대적 아이콘으로 <아톰>을 설정했다.

3번째 집, 9.5x27.5x21.3cm, 3D프린트에 아크릴, 화이트펜, 2024
리틀보이, 24x11x11cm, 3D프린트에 아크릴, 화이트펜, 2025

신기운에게 있어 <아톰>은 과학의 상징인 캐릭터이자 동시에 작가 자신의 투영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신기운은 캐릭터에 대한 임무와 기술적인 이해를 위해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고 평면 도면에서 입체 그리고 사진이나 디지털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를 한다. 이러한 작가적 태도는 시대적 변화를 투영하는 현대인의 상징성에 대한 자기현시일 것이다.

신기운은 고대에서 근대까지 파란색 안료(pigment)가 가진 희소성과 채굴 비용으로 인해 푸른색 금이라 불리는 청금석 가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푸른색은 중세 이후 현재까지 종교적 도상에서뿐 아니라 신성함과 부의 상징이었고, 19세기 이후에는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울트라마린이 고가의 청금석으로 대체했던 역사적 인식을 작품의 의미로 해석 및 포함한다.

과학적 진보색이라고도 하는 청색 발광 다이오드, 이 파란색의 특별함을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연에서 파란색은 매우 드물고 또한 에너지 파장이 높아 불안정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해상도 청색광의 안정성과 효율성에서 파란색의 역사는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도전정신과 과학적 발견의 연대기였다. 청금석을 통한 고대의 예술적 상징이 현대로의 이행과정에서 청색 발광 기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인류의 끊임없는 기술 발전의 증거일 것이다.

이렇듯 신기운의 ‘객관화’는 19세기 엑상 프로방스(Aix en Province)에서의 풍경 화법, ‘오래가는 인상(impression)’을 만들고자 단단하고 영속적인 구조의 포착을 시도했던 세잔(Paul Cézanne)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세잔의 미적 태도에서 발아한 시지각의 진실을 향해 미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 이렇듯 시공간을 넘나들며 당도한 신기운의 객관화는 ‘회화는 곧 자연의 과학적 모방’이라는 시간을 통과해 객관화라는 나침판으로 항해하는 것이다. 이 항해를 통해 정박한, 아트스페이스펄에서 만나는 것은 아톰과 콩코드 그리고 아파트 사이 시·지각적 경험이 녹아든 색, 울트라마린에 새겨진 하얀 기억의 도면, 시간여행을 통한 ‘객관화’이자 신기운의 ‘정직한 회화’다. 그 촉각적 지문이 새겨진 실존의 그림자인 신기운의 ‘정직한 회화, 객관화하기’일 것이다.(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대표)

전시전경 Exhibition view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