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운에게 있어 <아톰>은 과학의 상징인 캐릭터이자 동시에 작가 자신의 투영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신기운은 캐릭터에 대한 임무와 기술적인 이해를 위해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고 평면 도면에서 입체 그리고 사진이나 디지털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를 한다. 이러한 작가적 태도는 시대적 변화를 투영하는 현대인의 상징성에 대한 자기현시일 것이다.
신기운은 고대에서 근대까지 파란색 안료(pigment)가 가진 희소성과 채굴 비용으로 인해 푸른색 금이라 불리는 청금석 가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푸른색은 중세 이후 현재까지 종교적 도상에서뿐 아니라 신성함과 부의 상징이었고, 19세기 이후에는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울트라마린이 고가의 청금석으로 대체했던 역사적 인식을 작품의 의미로 해석 및 포함한다.
과학적 진보색이라고도 하는 청색 발광 다이오드, 이 파란색의 특별함을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연에서 파란색은 매우 드물고 또한 에너지 파장이 높아 불안정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해상도 청색광의 안정성과 효율성에서 파란색의 역사는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도전정신과 과학적 발견의 연대기였다. 청금석을 통한 고대의 예술적 상징이 현대로의 이행과정에서 청색 발광 기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인류의 끊임없는 기술 발전의 증거일 것이다.
이렇듯 신기운의 ‘객관화’는 19세기 엑상 프로방스(Aix en Province)에서의 풍경 화법, ‘오래가는 인상(impression)’을 만들고자 단단하고 영속적인 구조의 포착을 시도했던 세잔(Paul Cézanne)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세잔의 미적 태도에서 발아한 시지각의 진실을 향해 미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 이렇듯 시공간을 넘나들며 당도한 신기운의 객관화는 ‘회화는 곧 자연의 과학적 모방’이라는 시간을 통과해 객관화라는 나침판으로 항해하는 것이다. 이 항해를 통해 정박한, 아트스페이스펄에서 만나는 것은 아톰과 콩코드 그리고 아파트 사이 시·지각적 경험이 녹아든 색, 울트라마린에 새겨진 하얀 기억의 도면, 시간여행을 통한 ‘객관화’이자 신기운의 ‘정직한 회화’다. 그 촉각적 지문이 새겨진 실존의 그림자인 신기운의 ‘정직한 회화, 객관화하기’일 것이다.(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