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는 말보다 음을 통해 감각적 소통이 가능한 지점에서 정서적 연대감을 가진다. 확실히 이번 전시는 작가 간의 서로 다른 감성을 품은 제3의 시·지각적 감각과도 통하는 시간이다. 언어와 문화를 초월하는 음악이 리듬을 통해 즐기듯이 ‘색빛잔상·검은고요’는 색과 형을 통한 시·지각적 감성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적 예술적 경험을 통한 감각의 균형감, 시각적 의미망의 차이 속에서 ‘정중동’을 가로지르는 감성의 교차일 것이다.
두 작가의 그림 스타일과 성격이 다르더라도 음악적 취향이 같다는 것은 청각적 감성, 즉 음악을 통한 감성적 코드의 일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성격)이나 표현 방식(그림)은 다르지만 심적 위로와 전율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자리한다. 그림은 형과 색이라는 시각적 구체성을 보이는 반면에 청각적인 음악의 경우는 시각적인 입장에서는 매우 추상적인 예술이다. 이런 점에서 시각이미지를 직업으로 하는 두 사람이 청각적 리듬으로 보다 공감대를 발휘하고 있음을 본다.
배주은의 이번 전시작인 <0의 조각>과 <무제>시리즈의 작품 중 연필(8B)로 수천수만번 반복한 행위의 리듬으로 선의 겹이 면이 된 ‘검은고요’다. 이 고요는 하얀 종이에 새긴 검은 고요 속 반복과 몰입의 흔적이 반사된 빛, 바로 깊은 고독이 품은 행위일 것이다. 이 연필선이 이룬 행위의 반복인 ‘검은고요’는 순간과 영원의 만남이자 깊은 고요와 정적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