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펄유 Art Purl Ulsan ; Episode1

아트펄유 Art Purl Ulsan ; Episode1

EPISODE 1 - IMAGINE

김건예 김명범 김미련 김영환 신기운
안시형 장우진 차규선 홍순환 황우철

2023. 5. 17 - 6. 17

아트펄유(art purl.U) 개관 전시에 부쳐

울산개관전시인 <에피소드>는 복합문화공간 ‘아트펄유’에서 1부와 2부로 진행한다. 1부 전시인 <에피소드1-Imagine>은 중견작가 10인(김건예, 김명범, 김미련, 김영환, 신기운, 안시형, 장우진, 차규선, 홍순환, 황우철)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에피소드2-point to point>는 청년작가 9인(김윤섭, 박소현, 백다래, 변카카, 신준민, 이승희, 이우수, 정문경, 최영)으로 전시가 진행된다.

아트펄유의 개관 첫 번째 전시인 <에피소드1>은 ‘상상하다(Imagine)’를 주제로 미술문화의 새로운 소통의 장을 향한 첫 출발(2023년 5월 17일 오후5시)이다. <에피소드1>의 주제인 ‘상상하다’는 존 레논의 사운드트랙 음반의 타이틀에서 착안했다. 존 레논의 ‘이메진’은 1971년에 만들어진 노래다. 이 노래가 불리기 시작한 시기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미술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술문화는 눈으로 감각하는 시각언어를 통해 직관과 통찰, 의식과 무의식, 대중예술과 순수예술 사이를 넘나들고 개인과 도시 속에서 삶의 층위를 가로지르며 보고 느끼는 감각의 눈이자 다양성의 공존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시각적 증언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자 장소일 것이다. 이 장소에서 피고 지는 문화 속에는 국가와 도시 그리고 개인과 다수가 만들어 온 인류(humanity)의 삶이 숨 쉬고 있다.

<에피소드1>은 30~40년 이상의 삶을 미술을 통해 세상을 보고 감각했던 창작의 호흡에 다양한 미의식을 담아 미술의 양식으로 싹을 틔운 10인의 작가들이 보고 감각하는 시각적 비전이 담겨있다.

개관전시 <에피소드1-Imagine‘상상하다’>

‘아트펄유’ 개관기념을 위한 첫 전시는 현대미술연구소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평론이나 전시를 통해 만났던 작가들로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기획전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김건예는 독일(뒤셀도르프)에서 13년간의 유학과 창작활동을 하고 귀국 후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은 가로와 세로가 교차하는 붓의 효과를 극대화한 그리드(Grid) 기법으로 인물과 풍경을 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해 왔다. 캔버스를 벗어난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한 수행성 작업은 인간의 욕망이 가진 심리적 경계를 설정하는 지점에 있다. 최근작은 팬데믹을 겪으며 환경에 대한 작가적 인식을 회화적 시선으로 감각하는 작업이다.

김명범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조각,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일상의 오브제나 이미지의 낯선 결합으로 뉴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을 한다. 그것은 작품이 놓여있는 장소 혹은 그것을 보는 시선에 따른 선입견, 그 경계설정에 따른 질문이다. <Untitled>연작의 경우 양립할 수 없는 이미지의 결합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일상성을 벗어나 상상의 문을 열어 놓는다. 김명범의 작업은 잠재된 의식을 일깨워 시지각의 확장된 장을 제시한다.

김미련은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학교에서 독일표현주의 작가 팽크(A.R. Penck)의 제자였다. 유학시절 ‘예술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가르침은 작가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김미련의 작품은 동시대 사회현상에 대한 모순과 부조리를 발견하는 지점에 있다. 그 지점은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에 대한 현실인식,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와 인류가 지향해 가야하는 개인사 속에 내재된 역사적 인식이 현재라는 삶과 접속하는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김영환은 영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이후 독일 브라운슈바익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템페라(tempera)가 주는 재료에 매료되었다. 템페라로 그리는 작가의 회화는 자신의 삶에서 보고 느끼는 심미적 사색과 기도가 담겨진다. 그림으로 그리는 기도는 몸과 마음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운 풍경이다. 그 풍경은 삶의 빛을 품은 형과 색으로 빚은 시각적 명상이다. 이 회화적 명상은 주제나 색채 그리고 템페라로 그린 표면의 촉각성과 인물의 형상성이 구도자를 떠올리게 한다.

신기운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슬레이드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나는 그라인더로 갈아서 하는 작업이 많다.” 작가의 이 말에는 가상이 아닌, 실재하는 어떤 물질을 간다는 것,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성을 전제한다. 특정한 물건을 그라인더(grinder)로 갈고 또 가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미지, 해가 뜨고 구름이 흘러가고 새벽 그리고 낮과 밤이 변화하는 자연과 도시의 시간, 그 흐름을 영상으로 포착하는 시간의 조각가인 작가는 물질을 통해 비물질화의 조각을 시도한다.

안시형의 ‘사연-오브제’는 삶의 흔적이 담긴 기성품(ready made)에 텍스트를 접목시킨 작품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대량생산된 사물들, 낡아서 버려지거나 사연이 담겼을 법한 사물을 긴 시간 관찰하고 사색하고 상상하면서 그 사물과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 사물의 표정을 읽고 글을 쓰면 하나의 오브제는 짧은 글과 한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것은 사물의 소리를 듣고, 쓰고 또 그 사물에 이름을 붙인 안시형의 ‘사연-오브제’, 사물에 가 닿는 작가의 마음이 그린 시가 된다.

장우진은 미국 메릴랜드 미술대학(MICA) 석사, 서울대 미술학 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디지털아트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울산 레지던시에 입주하여 산업화 과정에서 변화된 도시풍경, 일명 ‘도시주름’을 카메라에 담아 디지털 콜라주로 ‘재-배치’하는 디지털 사진영상작업을 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관계 맺기’, 주름진 시간의 교차를 통한 ‘접촉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풍경의 재배치를 통한 디지털 콜라주, 장우진의 시선이 가 닿는 도시의 주름이다.

차규선은 계명대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실험을 통해 차규선의 ‘풍경’을 시도한다. 분청사기 기법을 캔버스에 담아낸 풍경, 흙과 물감을 이용한 매화 시리즈 그리고 최근 풍경의 그리기보다 물성실험을 통한 추상기법의 풍경과 꽃 시리즈는 자연의 풍경을 번안한 맛과 멋을 품은 회화다. 차규선 풍경의 맛과 멋, 그 물성과 이미지 사이를 보는 시선이 가 닿는 곳은 형도 색도 서로를 비우고 채우는 과정에서 발하는 미적 정취다.

홍순환은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나의 작업은 개인의 조형적 의지를 배제하기 위한 시도, 애매해 지더라도 뭔가 다르고 새로운 회화를 시도하는 방식, 그것은 확정성을 벗어나 모호성을 갖게 하는 것이고 새로운 어떤 것의 시도가 가능하다.” 작가는 보고 보이는 대상이 모호하고 애매할수록 관계 맺기가 쉬워진다고 한다. 모호성이란, 무의식에 자리 잡은 구체화된 형태를 벗어 날 때 유연하고 열린 시각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황우철은 서울대학교 서양화 전공, 미국 뉴욕 프랫인스티튜트 석사, 일본 와세다대학 영화과 박사를 수료했다. “나의 파렛트는 용광로처럼 모든 걸 녹여 새로운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눈은 삶의 풍경에 가 닿는 순간, 파렛트라는 용광로에서 녹여낸 그림으로 마음의 눈을 뜬다. 황작가의 글과 그림 그리고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는 그의 삶은 그 자신이 시시각각 호흡했던 시화(詩畫)의 감수성을 품고 탄생한다. 황작가의 시와 그림의 감수성을 따라 읽고 보는 감상의 순간 마주하는 것은 실존의 순간을 예술로 호흡하는 삶의 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