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2-Point to Point

Episode2-Point to Point

ART PURL.U : Episode2

Point to Point

김윤섭 박소현 백다래 변카카 신준민
이승희 이우수 정문경 최 영

2023. 7. 5 - 8. 19

에피소드2 - Point to Point(점 대 점)

대구에서 2009년에 오픈한 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펄은 올해 15주년을 맞아 울산에 ‘아트펄유’ 개관 기념전으로 1부 중견작가 10인(김건예, 김명범, 김미련, 김영환, 신기운, 안시형, 장우진, 차규선, 홍순환, 황우철)의 <에피소드1>전시를 ‘상상하다(Imagine)’를 주제로 30일(2023년 5.17-6.17)동안 진행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미술인과 감상을 위해 방문하신 분들의 바람을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개관전 2부인 <에피소드2>는 ‘점 대 점(Point to Point)’을 주제로 9인(김윤섭, 박소현, 백다래, 변카카, 신준민, 이승희, 이우수, 정문경, 최영)의 작가들이 참가해 45일(2023년 7.5-8.19)간 전시를 진행하면서 매주 작가의 대화가 진행된다. 1부전시인 <에피소드1-Imagine>에 참가한 작가들은 올해 9월이면 15주년을 맞이하는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전시와 평론으로 함께 했던 작가들의 전시였고, 2부 전시인 <에피소드2-Point to Point>는 울산이 고향인 작가들(박소현, 백다래, 변카카, 이승희, 이우수, 최영)과 대구(신준민), 청주(김윤섭), 서울(정문경)을 기반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도 다양한 창작활동으로 미술로 소통을 열어가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전시다.

개관전 2부의 주제인 ‘점 대 점’은 건강한 미술문화를 향한 청년작가비평을 배경으로 한다. 포인트 투 포인트, 즉 ‘점 대 점’은 미술비평의 부재를 벗어나 창작과 감상의 활력소, 즉 작가와 평론가 혹은 창작과 감상의 상호작용으로 성숙한 미술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시도했던 비평저널의 열정을 소환한 주제어다.

울산 ‘아트펄유(Artpurl.U)’ 개관전 2부 청년작가들의 주제를 <포인트 투 포인트>로 택한 것은 청년작가의 창작활동이 지역예술계의 선순환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비평 없는 문화는 실체 없는 그림자 즉, 빛이 없는 그림자와 같다. 빛이 없다면 그림자도 없기에 실체 없는 미술, 시각작용이 부재한 박제된 미술만이 남기 때문이다.

미술은 실체를 보고 감각작용을 하는 가운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희로애락의 결, 그 보이지 않는 것의 실체를 인식작용과 감성을 통해 시각 이미지에 담는다. 이 과정은 점과 점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경험과 열정으로 익힌 안목이 가 닿는 곳, 그 장소와 시간 속에서 경험하는 직관과 통찰은 보고 감각 하는 미술의 비전으로 눈앞의 존재감으로 발아(發芽) 한다.

아트펄유 개관 2부 전시 주제인 <Point to Point>에서 ‘포인트’의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사항인 핵심, 점수, 인쇄 활자의 크기 단위 혹은 위치 그리고 변수의 값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컴퓨터 용어에서 ‘포인트 투 포인트’가 갖는 의미는 두 개의 장치들을 유선 또는 무선을 일대일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고, 이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두 개의 장치들은 채널의 전체 용량을 사용하여 송수신이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번 개관전 2부의 주제에서 의미하는 ‘점’은 청년작가 한명 한명에 대한 핵심이 되는 점 그리고 둘 혹은 여럿이 상호작용하는 점, 대구와 울산을 잇는 점과 점으로 개인과 개인 도시와 도시가 품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열어 가고자 하는 뜻의 상징적 표현이다. 이러한 의미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청년작가들이 호흡한 미술, 각각의 삶 속에서 감각하는 시각적 비전이 상호작용할 때만이 미술의 존재감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을 실천하는 장소가 되고자 ‘아트펄유(Artpurl.U)’ 개관전 2부 <포인트 투 포인트>전을 열어 놓는다.(김옥렬)

김윤섭 작업의 큰 주제인 ‘마계’는 한 주제에 몰입하여 연구하는 삼매경의 반대를 뜻한다. 그는 질서정연하고 세련된 사회에 적응하지 않는 산만하고 우울하며 열광적인 혼란 속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마계의 행보를 이어왔다. “현대 회화가 무수하게 나누고 쪼개고 있는 담론들의 찢겨진 토지가 되는 조형적 언어와 그것을 파괴한 1세대 모더니스트들을 겹쳐 그리고 싶었다. 그러한 모든 것들이 오래되어 보였기 때문에 ‘올드스쿨’이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 ‘올드스쿨’ Old School은 1970-80년대의 초기 힙합을 설명하거나 선이 굵고 몇 가지 단색과 고정된 소재로 제작되었던 오래된 타투에 쓰이는 비속어다. 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지는 분열적이고 해체적인 성향의 작품들을 비판하며 ‘세련되다’ 의 반대말로 ‘구리다’ 라는 표현을 내 작업에 쓰기로 했다. ‘구리다’ 를 영어로 말할 때 흔히 올드스쿨 을 쓴다는 것에 착안해 제목을 지었다. ‘세련되다’ 라는 것은 현대 예술이 가지는 트렌디함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예술은 이미 모든 영역을 집어삼키며 모든 것을 예술로 만들어 버려서 더 이상 그런 것이 새롭지도 않은데도 계속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없이 집착적인 확장이 구리게 느껴졌다. 트렌디함과 올드함은 그렇기에 언제나 공존하며 당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김윤섭 작업노트)

박소현_New Pixels, 종이에 수채 과슈, 55x76cm, 2021

박소현의 초기작업은 생을 영위하기 위해 매일 먹는 음식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 흑백으로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로 글을 쓰듯 한땀 한땀 뜨개질 설치작업을 했다. 할아버지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휘의 혼란성을 직접 짠 니트에 실로 텍스트를 수놓으며 인생의 마지막 수업과 같은 작업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벌어지는 생각의 오차, 편견들을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 작가는 “사진을 찍고 확대하면 마지막엔 이미지의 최소 단위 픽셀들로 구성되는데 이것을 관찰하며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픽셀을 붓터치로 대신하며 과슈로 겹쳐 칠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이미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백다래_나팔 부는 괴물 투수, 디지털프린트, 40x40cm2022

백다래,  괴물 투수 연작은 “삶을 의인화하는 캐릭터이다. 추상적인 개념인 ‘삶’을 물질계에 실체화 한 것으로, 지속해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는 빌런이자 또한 동반자이다. 괴물 투수는 자신의 몸을 조금씩 분리하여 우리에게 던진다. 하지만, 그는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삶을 시험하는 심판관도 아니다. 삶은 내가 쌓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으면서도 많은 순간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매 순간 어떤 정신적 경계에 존재하는 우리의 괴물 투수가 투구하는 삶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던지는 변화구에 아마추어 타자일 뿐인 우리가 프로처럼 능숙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항상 아슬아슬하고 버겁지만, 다행히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능숙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삶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는 이유는 능숙한 프로 홈런 타자조차 실수할 때가 있기 때문이며, 또한 괴물 투수는 역시 말 그대로 괴물 투수이므로 인간으로서는 대응하기 힘든 변칙적인 궤적으로 삶을 던져대기 때문이다.”(작가노트)

변카카_새벽을 뒤집는 몸짓 2, 캔버스위에 아크릴, 필라멘트, 116.8 x 91cm, 2023

변카카는 영상, 설치, 회화 등 다양한 작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새벽을 뒤집는 몸짓>은 “사각형의 캔버스는 작가에게 일정한 제약과 한계를 부과한다. 이는 작가가 창의력과 예술적 표현력을 발휘하여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작품을 창조하는 도전을 제시한다. 동시에 사각형의 캔버스는 작품의 경계와 틀을 정의한다. 작품이 캔버스 안에 위치함으로써 작품은 완전체로써 구분되며, 바깥의 공간과 구분된다. 이는 작품을 독립된 실체로 인식한다. <새벽 뒤집는 몸짓>은 프레임의 한계성과 확장성에 대한 질문에 담고 있다. 이 평면 작업은 2개의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새벽의 배경 위에 나무가 우거져 있는 모습으로 프레임 밖으로 확장된 돌기들은 사각의 틀에 불규칙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무가지들이 만들어 낸 선들은 프레임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동시에 몇 cm를 못 벗어나고 그 선이 가지고 품고 있던 확장성을 거세시켜 놓는다.나무 가지가 프레임 밖으로 향하면서 프레임의 가진 물성, 다시말해 막힌 벽의 공간임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물성을 넘어서는 안쪽 공간은 확장된 세계를 부각시킨다. 이는 작품과 현실 세계 간의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작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낸다. 이렇게 나무 가지의 외부로의 연장은 우리가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작품 속의 새벽과 가능성을 현실 세계로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제시한다.”(변카카 작업노트)

신준민은 산책을 통해 주변을 인식하고 관찰하며 일상에서 발견되는 빛의 형태를 회화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일상을 거닐다 보면 다양한 풍경을 마주한다. 초기에는 적막하고도 공허한 풍경에 매료되어 특정 장소(동물원, 야구장 등)를 찾아가며 풍경을 포착하였고, 쓸쓸한 감정을 풍경에 담아 회화적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한창일 때, 대구는 온통 적막함이 가득 찼고, 적막한 어둠보다 ‘빛’이 마치 스스로를 어디론가 데려가 달라는 듯 나를 미묘하게 끌어당겼다. 이에 특정 장소를 벗어나 집 주변 산책로(진천천)를 기반으로 달성습지, 수변공원을 산책하며 빛을 품은 풍경을 찾아 나섰다. 어두운 밤이 되면 가로등 불빛이 서서히 켜지듯 나에게도 빛은 자연스레 내 주변을 감싸며 낯설게 다가왔고, 다양한 빛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강변에 일렁이는 자연의 빛과 가로등이나 경기장처럼 밤을 밝히는 인공 빛, 더불어 작업실 불투명 창문에 잔상으로 남는 빛의 형상에도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외부의 빛의 상황에 따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가로등이나 경기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워낙에 눈부실 정도로 강렬하여 화려함과 동시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얀 어둠을 가져다주고, 창의 안과 밖에서 그날의 시간성에 따라 잔상으로 맺히는 간접적인 빛의 형상은 따뜻하고도 아련함과 함께 지난날의 기억으로 데려간다.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빛은 그날의 온도나 바람, 소리, 색채 등, 어떤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각적 형태로 온몸에 받아들여진다. 이를 통해 캔버스에 물감으로 남겨진 빛의 형상은 수많은 선을 가로지르며 겹쳐지고, 흘러내리며 형체가 사라짐과 동시에 새로운 형체가 형성되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비물질성을 가진 ‘빛’의 형상이 회화로 옮겨지는 순간에 구상과 추상의 경계지점에서 저마다의 붓질과 색채로 표현되며 정서적 경험과 기억들로 새롭게 변주된다. 빛을 따라 걸었던 지난날의 기억처럼 회화로 남겨진 빛의 형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저마다의 빛이 되길 바란다.”(신준민 작업노트)

이승희_Untitled(Handmade Paper)_일회용커피컵,레이저프린트,흑연_가변크키_2016-2019

이승희는 설치 미디어 작가로 활동하는 이승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들이나, 잃어버리는 것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언제나 남겨지는 것들에 시선이 갔다. 작업의 시작은 항상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주변부적인 것들 이를테면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난 이슈들이나 한때는 사건의 중심에 있었으나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들과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 것 중에서 잊혀가는 것들에 집중한다.

내게 있어 작품 제작은 일상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실천할 수 있는 삶의 태도의 문제와 같이 일상의 공간에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주어진 것을 의심하는 삶의 태도의 문제, 타인을 이해하려는 방법,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것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그 일상에 대한 실천이다. 그 일상에 놓인 것들의 이면을 보거나 혹은 비틀어 보는 것, 주어진 상식, 관습 등에 대한 의문 또는 지금 당장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들을 끄집어내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주변에 놓인 수없이 많은 이분법적인 사고나 대립되는 항들 중 중위의 단계가 없는 것들에 대해 단계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빨강의 반대가 파랑이 되는 이유가 -단지 보색으로써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와 같이 반대되는 둘 사이에 배제된 것들의 계층을 만들어 내는 일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층위를 만드는 작업이 된다. 이는 즉 사이의 것들,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레 재료에 대한 경계 또한 허문다. 평면회화에서 사진, 영상, 설치, 복합매체와 같은 다양한 매체 활용은 단순한 재현을 거부하고 매체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무한한 확장을 하기 위함이다.”(이승희 작가노트)

이우수_끝.시작_뽑기1_실, 뽑기통,뽑기판,포스트잇,펜_가변설치_2022

이우수는 이번 전시에 영상작업과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영상작품 “726분(2021)”은 검정색을 시작으로 흰색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인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240초로 편집하여 보여준다. 관객참여형 설치작품 “끝.시작 2019-2022″은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그때를 기억한다. “그때의 기억은 오로지 나를 위한 기억이며 일회성에 지나지 않은 과거가 아닌 애틋함이며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추억이 담긴 시절이다. 삶의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서 본인은 유년시절의 잔상을 통해 단순하고 순수했던 그때를 기억하여 회상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단편적이고 조각난 기억이지만 유년시절 사용했던 오브제를 통해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단순하고 순수한 감정을 느끼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끝. 시작’은 유년시절에 타고 놀았던 ‘말 장난감’에서 부터 시작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조각난 퍼즐같이 단편적이다. 본인에게 있어서 그때의 기억은 안정감을 느끼며 평온하고 즐거웠던 때로 회상된다. ‘말 장난감’에서 놀았던 기억을 통해서 유년시절을 회상하고 그때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다. 그때로 회기하고 싶은 마음은 현실 도피가 아닌 복잡 미묘한 삶에서 잠시나마 순수했던 그때를 기억하며 현재의 삶을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다. 실타래의 얽히고 설키며 묶이고 매듭지어지는 속성을 통해 현재의 복잡 미묘한 삶을 ‘실’을 통해 거미줄’의 형상을 만들었다. ‘거미줄’은 고독, 공허, 창백, 외롭고 차가움은 현재의 감정을 내포하지만 숭고, 순결, 정직,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 실’을 통해서 정화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실’을 통한 ‘말장난감의 형 상은 기억의 표출이며 현재와 유년기의 연결고리인 동시에 매개체 역할을 한다. ‘실’을 통한 형상은 과거를 재현하는 의미로써 순수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설치작업으로 보여주고자 한다.”(이우수 작가노트)

정문경_Hoop, 디지털프린트, 60x80cm, 2011

정문경은 오브제와 설치 작업을 통해 인간의 독특하고 불안정한 심리를 표현하는 작가는 주로 어릴 때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가정에서 항상 사용하는 익숙한 물건, 누군가 입었던 옷 등 이미 사용된/되고 있는 사물을 오브제로 사용한다. 누군가의 손때 묻은 사물은 아무리 깨끗이 닦고 빨아도 그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다. 정문경은 그 사물의 쓰임새나 기억을 지우기보다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관람자에게 감성적 공간을 열어두고 있다.

최영_Color of Dead Ice NO. 23060617 _ 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 _ 90.9×116.8cm _ 2023

최영 작가는 대구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성신여대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영은미술관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작가는 주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와 평면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며 눈의 과학적 구조와 비논리적 착시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기후와 환경에 대한 표현이다. “나는 해상도가 위계를 결정짓는 이미지 계급사회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저화질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무한한 인터넷을 떠도는 좀비빙하(Greenland Zombie ice)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잉크젯프린터로 출력된 종이 뒷면을 제거하고, 캔버스 천에 전사(Transcribe)한 후, 그 위에 기하학적 점, 선, 면과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였는데, 이는 인터넷을 서핑(Surfing)하는 마우스의 궤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몸과 직면하는 표현매체인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 것이다.”(최영 작업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