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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숙연해 지는 시간을 가졌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또 그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매일매일 마음을 다스리며 작업했다. 이번 전시작은 그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그림들이다. 인생이 쉽게 끝나는 게 아니듯, 살아있는 동안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단단한 마디로 성장이 가능하다.”(인터뷰) 격자기법으로 매끈하게 도시적인 인물화를 그렸던 때는 차가웠다면, 자연 풍경을 그리는 지금은 따뜻해진 느낌이라고 한다. 제3의 눈으로 봤던 것이 더 가까워져 정서적으로도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그 변화는 멀거나 가까운 공간적인 감각작용으로 숨 쉬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작이 붓 결 담은 마음결, 바로 ‘산·세·풍·경’인 이유다.
“산과 하늘, 구름과 나무 그리고 풀들을 보면서 그 관계 안에서 숨 쉬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사이사이에서 꿈을 꾸고 날아갈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공간, 계절 따라 흐르는 변화를 담았다. 3층 작업실 옥상에 올라가면 앞산이 보인다. 5년을 거의 매일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새벽에도 옥상에서 산을 본다. 같은 곳에 있지만 날마다 계절마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옥상에서 본 앞산 풍경을 마치 거대한 영상 필름이 빠르게 돌아가듯, 눈앞의 광경을 보면서 3-40분 동안 퍼 붓는 폭우를 맞으며 느낀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온몸으로 실감한 당시의 경험은 중요한 터닝포인터였다. 어느 날 하루 날씨의 변화가 주는 인식의 전환이 가능했던 것처럼, 인간의 감각은 몸과 외부환경이 만나 표면(피부)에서 발생하는 진동(촉각적 시선)을 통해 변화를 경험한다. 그림이 ‘개별적 경험과 사유의 시각화’라고 한다면, 폭우를 온몸으로 체험했던 사건(event)의 시각화가 바로 이번전시 김건예의 ‘산·세·풍·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