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ritic Show : Eco-Sensibility

Art Critic Show : Eco-Sensibility

미술비평트립 : 감성생태

KANG MIJUNG & KIM OKREAL

2022. 7. 5 - 7. 10 / ART SPACE PURL

 

전시일정 : 2022. 7. 5 – 7. 10

참여비평가_강미정, 김옥렬

릴레이 개인전 참여작가_정문경, 김윤섭, 신준민

기획 : 정명주

주최/주관 : 아트스페이스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_비평지원

Art Critic Trip : Kim Okreal and Kang Mijung

미술비평활동 “감성생태” 프로젝트는 동시대미술을 견인하는 현장비평과 전시기획을 연결하여 창작과 비평이 피드백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미술비평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남과 대화를 통한‘비평여정(Art critic trip)’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자 기획했다. 작가와 평론가의 매칭이 제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작가, 기획자, 평론가가 자연스런 대화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비평여정’의 중요포인트이다. <감성생태>는 이런 만남과 대화의 과정을 전시로 담았다. 이 전시는 사유와 사색이 창작과 비평으로 가는 과정에서 만나고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던져진 질문과 토론의 과정을 보여준다.

art critic wall

김옥렬은 1996년부터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전시기획과 비평 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1997년에 기획한 그의 첫 기획전 ‘드로잉의 언어와 소통의 전망’ 서문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창조가 있어야 한다. 예술가의 창조는 그 자신의 상상과 정취(情趣)에 비례한다. 그런데 창조와 감상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예술작품은 창조 없이 감상할 수 없고 감상 없이 창조할 수 없다. 그래서 좋은 감상능력을 지니는 것이 동시에 좋은 예술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며 비평을 실천하기 위해 전시기획을 시작하면서 추창조(追創造)를 강조하였다.

김옥렬은 현재 창작과 감상이라는 메커니즘의 작용에 큐레이팅과 평론의 역할을 필수 요소로 추가하며 ‘창작의 과정과 결과의 공유방식’에 대한 연구와 기획을 하고 있다. 그 연구의 가장 중심 키워드가 ‘감성생태(Eco-Sensibility)’이다. 그는 “감성생태는 공감 능력의 확장을 위한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장소”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개인과 개인,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교류가 감성생태의 장(site)이라는 것이다.

강미정 / 김옥렬 비평대담

강미정은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미학자다. 그의 주요 연구분야는 신경미학, 미디어예술론, 퍼스의 기호학 등으로, 2020년에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흐름』을 출판하였다. 그는 <굿모닝, 포스트현대미술제 2021> 평문에서 “명작의 산실은 어쩌면 작가의 작업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업실 한켠에 놓인 작품들을 알아보는 큐레이터와 비평가의 눈이 곧 산파이며, 어디가 되었든 그 작품들이 관객을 만나는 곳이 바로 명작의 탄생지가 아닐까. 대구 현대미술연구소에서는 단기적인 시도에 그치는 도우미가 아니라 멀리 내다보며 튼실한 생명을 받아내는 진정한 산파의 역할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큐레이터와 비평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강미정은 이번 미술비평활동에 참여하며 이론으로 무장된 전문가들의 이야기보다 삶, 예술, 철학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작업실이나 갤러리뿐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비평트립이 미술현장에 널리 확산되길 희망한다.

미술비평활동 “감성생태” 프로젝트는 청년작가 3명(정문경, 김윤섭, 신준민)의 릴레이 개인전과 함께 진행되었다. 이는 각 개인전의 미술평론이 텍스트에서 벗어나 작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현장비평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시도이다. 작가가 작업실에서 매체와 씨름하며 창작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비평가는 서재에서 텍스트와 마주하며 고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창작과 비평은 전시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호 작용하게 되며 감상자는 그 사이를 산책하며 시청각적 사유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러한 감상은 ‘한줄비평’이라는 감상자의 참여로 연결된다.

감성생태 프로젝트에 초대된 첫 번째 작가는 정문경(“Off Balance”, 22.4.12-30)이다. 오브제와 설치를 통해 인간의 독특하고 불안정한 심리를 표현하는 작가는 주로 어릴 때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가정에서 항상 사용하는 익숙한 물건, 누군가 입었던 옷 등 이미 사용된/되고 있는 사물을 오브제로 사용한다. 누군가의 손때 묻은 사물은 아무리 깨끗이 닦아도 그 흔적과 기억을 지우기 쉽지 않다. 정문경은 그 사물의 쓰임새나 기억을 지우기보다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관람자에게 감성적 공간을 열어두었다. 정문경의 전시 제목 “Off Balance”는 긴장의 최고조에서 힘의 균형을 순간적으로 깨면서 새롭게 상황을 역전시키는 전환의 기술이다. 자의적 또는 타의적 오프밸런스에서 다시 밸런스를 잡아야 하는 순간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이처럼 정문경 작가는 오랫동안 자신이 갖고 있거나 수집한 오브제를 심리적 갈등에 투영하며 창조적 치유자가 된다. 21세기의 사회는 4차 산업시대의 새로운 혁명을 기대하며 인간과 AI의 상호 공존 시대를 열고자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인류가 위협받고 있으며 그 막바지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또 다시 우리의 미래는 불분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평화와 화합의 균형은 깨졌고 기나긴 침체기로 이어질까 모두들 두려움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창작과 비평의 순환 관계를 통한 미래의 미술에 대한 비전이 필요해 보인다.

감성생태 프로젝트에 초대된 두 번째 작가는 김윤섭(“Weather of Madness”, 22.5.1.-29)이다. 작가는 공주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가 이끌어가는 작품 활동의 주제는 “마계(魔界)”이다. 김윤섭의 마계는 한 주제에 몰입하여 연구하는 삼매경의 반대를 뜻한다. 그는 질서정연하고 세련된 사회에 적응하지 않는 산만하고 우울하며 열광적인 혼란 속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마계의 행보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최근 상영 중인 마벨영화 <대혼란의 멀티버스>에서 차용하였다.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라는 광고문구는 마치 김윤섭의 마계와 작품의 콘셉트를 잘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혼란한 날씨>에서 보여주는 작품은 포트폴리오 시리즈이다. 이 작품은 프린트되어 작업실에 쌓여 이면지로 활용되기도 하는 포트폴리오 지면에 대한 작가적 해석이 담긴 회화시리즈이다. 창작스튜디오(Residence) 세대인 작가에게 포트폴리오는 작가활동의 지표이자 과정이다. <혼란한 날씨>전은 늘 고민하고 새로움을 향해 출발하는 김윤섭의 행보가 담겨있다. 끝없이 펼쳐진 상상의 공간에서 불안하고 모호한 미래를 선택한 작가의 마계를 팔로우하며 다음 행선지를 기대해 본다.

아트스페이스펄 ‘미술비평활동 : 감성생태’와 연계한 릴레이 개인전 세 번째 작가는 신준민(“La Promenade”, 22.6.14-7.2)이다. 그는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풍경을 회화적 감성으로 품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그가 찾았던 산책로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진천천이라는 작은 개천에서 시작하여 달성습지를 거쳐 사문진나루터나 강정고령보까지 갈 수 있는 기나긴 코스로 자연과 도시가 맞닿아 있어 해 질 녘엔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웰빙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전부터 작가도 이 산책로를 따라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책하였다. 도시재생사업 이전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따라 산책길이며, 오솔길이며, 등산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숲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새로운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곳마다 인공적인 산책로를 만들고 환경을 조성하여 도시 속에서 누리는 힐링 이미지를 강조한다.

신준민 작가는 의식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어느 날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와 흐르는 강물은 나와 함께 산책하듯 그날의 바람, 공기, 온도, 빛, 소리가 온몸에 받아들여지고, 평범했던 산책로는 어느새 어떤 정서적 공간이자 회화적 장면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풍경을 수집하고 작업실로 돌아와 캔버스에 그릴 때면 마치 그날의 바람이 풍경을 그리고 사라지게 하는 듯 회화의 붓질과 물성은 캔버스 위에서 그려지고 지워지며, 때론 물감이 뒤엉켜 흘러내리고 겹쳐지면서 그날의 풍경이 흔적으로 남겨졌다.” 이처럼 신준민의 풍경은 웅장한 경관이나 역동성보다 섬세한 감성 표현에 집중한다. 그날 우연히 마주한 풍경이 스스로 그림이 된 것처럼, 작가는 산책길에서 그림을 본다.

이번 ‘비평트립’에는 세 명의 작가가 보여준 창작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강미정, 김옥렬의 시각적 비평이 담겼다. 두 명의 연구자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또는 전시장에서 만나기도 하고 볕 좋은 카페와 공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김옥렬 기획자는 “작가들과 또는 비평가들끼리 만나 나누는 대화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과정, 이를테면 활자화 과정이나 문장 사이에서 제거된 창작과 창작, 감상과 감상 그리고 창작과 감상 사이의 생태 맥락적 호흡이 담긴 감성생태의 장을 위한 비평트립”임을 강조한다.

강미정의 비평키워드 / 김옥렬의 비평 도상

“감성생태” 비평전시는 아카이브 형식으로 모든 과정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며 비평가들의 생생한 대담으로 마무리한다. 창작자, 연구자, 기획자, 감상자 모두가 창작과 감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술생태의 장에서 시각을 통한 다양한 질감을 경험하는 시간이길(이었길) 바란다.(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디렉터)